|
|
올 해도 프로야구는 순항중이다. 800만 관중 돌파는 확실시되고, 치열한 순위다툼으로 경기장엔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잊을만하니 또 잔잔한 호수에 돌이 날아왔다. 성관련 범죄가 터졌다. 음주운전, 폭행, 스포츠 도박과 함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서 빈도가 잦은 일탈이다.
KBO는 곧바로 이들 둘에 대해 참가활동정지 조치를 취했다. 둘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소명될 때까지 일체의 구단활동(경기, 훈련)에 참가할 수 없고, 보수도 받지 못한다. 이는 KBO 규약 제152조 5항에 있는 총재 권한에 따른 조치다.
올 시즌에 앞서 클린 베이스볼과 경기 스피드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KBO, 10개 구단 등 야구계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해당 선수들의 공인 인식 자각이 아쉽기만 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단한 혜택을 누린다. 프로야구의 일원이 된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를 토대로 연봉은 수직상승하고 사회적인 대우와 관심,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던지고 치고 똑같은 야구를 해도 사회인 야구, 독립리그에서는 이같은 혜택이 없다. 특별한 대우를 받기에 사회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좀더 올곧은 인성과 더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평소 권리에만 익숙하고 의무는 등한시하는 일부 선수들의 삐뚤어진 공인 인식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잘못은 그들에 대한 처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구단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다. 구단은 궁극적으로 팬들이 갖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집단이다. 팬들이 관심을 돌리고 외면하면 프로구단은 존립 기반이 사라진다. 하루 아침에 선수, 프런트 등 야구인들은 거리에 나 앉게 된다. 팬들이 염증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가 전체가 먹는 우물에 독을 타는 짓이다.
선수단 행동강령이나 내규는 사실 있으나마나다. 이를 지키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성인들이 모인 프로야구는 개개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규정이나 내부 규제가 허술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성범죄가 나쁘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땀흘린 동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원정숙소에 외부인을 들일 때 양심에 가책이 없었다면 말이 안된다.
'야구 선수들은 순수하다. 운동만 열심히 해서 세상 물정을 제대로 모른다'는 수준 이하의 변명에 팬들은 분노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양심, 생각, 의지야말로 사회구성원의 기본 됨됨이다. 이것이 결여된 이는 프로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공공의 안녕에 걸림돌이 된다.
프로야구는 지난 수십년간 수직 성장했다. 그 성장열매는 사실상 선수들이 독식했다. 억대 연봉 선수들이 수두룩하고,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의 경우 일부이긴 해도 4년간 100억원 돌파도 꿈이 아니다. 밖을 나가면 박수를 받고, 사인 요청을 받고, 사진 세례를 받는다. 팬들은 존경하고 사랑을 보낸다. 이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가 요구된다. 팬서비스는 물론이고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 규범을 지켜야 한다.
구단은 더 이상 해야할 일을 미루면 안된다. 구조적으로 일탈을 막을 수는 없다. 선수들의 일탈을 막겠다며 강제로 움직임을 제한하다보면 인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재발은 막을 수 있다. 일벌백계다.
잘못이 드러나면 구단 이미지가 손상될까 선수들의 일탈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일부 감지되기도 한다. 이는 일부 선수들에게 내성을 키워주는 것밖에 안된다. 잘못을 반성하고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도 맞지만 단호한 처벌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스포츠1팀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