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효과 없었나? 넥센 불펜진 또 다시 붕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5-02 22:10 | 최종수정 2018-05-02 22:57


2018 KBO 리그 넥센과 LG의 경기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넥센 이보근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4.25/

충분한 휴식과 굳건한 신뢰, 등판 간격이 불규칙 할 수 밖에 없는 불펜투수들에게 감독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다. 이런 배려의 목적은 단 하나, 막상 경기에 투입했을 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배려가 늘 결실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 불펜이 다시 무너졌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불펜 투수진의 과부화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서는 "오늘은 아예 이보근과 조상우를 투입하지 않겠다. 일요일 SK전 때 많이 던졌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투수들이 잘 막아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7회까지 4-4로 접전이었다. 그러나 장 감독은 미리 언급한 원칙을 지켰다. 이보근 조상우를 투입하지 않았고, 김상수 역시 쓰지 않았다. 대신 선발 브리검이 6회 1사에서 내려간 뒤 김동준(1⅔이닝)과 조덕길(2이닝) 등 추격조로 경기를 끝냈다.


2018 KBO 리그 넥센과 LG의 경기가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넥센 김선기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4.26/
상당히 이상적인 불펜 운용이 이뤄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선기 이보근 김상수 오주원 등 팀의 필승계투진은 2~3일 연속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휴식은 투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깨와 팔꿈치 피로도를 해소해줘 구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사실 장 감독도 이런 효과를 원했다. 아낄 수 있을 때 아꼈다가 써야 할 때 집중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야구가 계산대로만 풀리는 건 아니었다. 막상 쉬고 나온 넥센 불펜진의 구위는 기대 이하였다. 넥센은 2일 창원 NC전에서 선발 신재영이 2회 2실점에 이어 3회에도 3실점으로 4-5로 역전을 허용하자 김선기를 일찍 투입했다. 불펜진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만큼 경기 중반 이후 불펜 물량 싸움을 벌이겠다는 의도. 애초 이번 주 게임 플랜에 있던 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김선기-오주원-이보근으로 이어진 불펜진이 모조리 실점하며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김선기는 3회 2사 때 나와 1안타를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없이 3회를 마감했다. 때 마침 4회초 넥센 타선이 2점을 뽑아 6-5로 재역전을 일궈냈다. 그러나 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곧바로 4회말에 나성범에게 재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그나마 5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하지만 6회에 마운드를 이어받은 오주원이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오주원은 희생번트와 우익수 뜬공으로 2사 3루를 만들고 이보근과 교체됐다.

필승조 이보근은 이틀 휴식을 취했지만, 구위가 회복되지 못했다. 선두타자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스크럭스에게 쐐기 3점포를 얻어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주원까지 실점이 발생했다. 결국 이보근은 7회에 김동준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전날 1⅔이닝 동안 28구를 던지며 노히트로 막았던 김동준은 2사 후 김성욱에게 좌중간 2루타에 이어 나성범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또 1실점했다. 이어 8회말에도 노진혁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날 총 13실점 중에서 불펜이 내준 점수만 8점이었다. 그러면서 중반 이후 불펜 싸움으로 승부를 걸려던 장 감독의 계산이 완전히 무너졌다. 넥센 불펜진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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