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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경고'는 정말로 무거운 징계일까, 그럴 듯 하게만 들리는 빈소리는 아닐까.
또한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 했지만, 일단 경기장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관리에 책임이 있는 류중일 감독에게도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한혁수, 유지현 LG 1, 3루 코치에게도 제재금 1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주루 코치들에게도 벌금이 부과된 이유는 '커닝페이퍼' 작성에 관여했거나 혹은 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벌금의 총 규모가 3200만원인데다 구단과 단장, 감독 코치 등에게 전부 징계를 내린 것 때문에 KBO 상벌위원회는 이를 '중징계 처분'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이번 사안의 무게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징계 수위를 '무겁다'고 정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또 이번 징계 중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엄중 경고'라는 표현이다. 듣기에는 그럴 듯 해도, 사실 아무런 효력이 없는 공염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KBO 벌칙 내규에 '경고'나 혹은 '엄중 경고'라는 항목은 없다. 다시 말해 명문화 된 징계가 아니라 사실상 '정서적 요식 행위'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누적에 따른 페널티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고'와 '엄중경고'에 실질적 차이점이 없고, 이를 여러 차례 받는다고 해서 특별한 추가 징계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를 받는 대상자에게 실질적으로 경고가 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KBO관계자는 "엄중 경고를 받은 사람이 또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가중 처벌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엄중 경고 대상자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대다수 야구인은 "출장 제한이나 벌금이 아닌 '경고'는 그냥 '앞으로 조심하라'는 훈계 정도로 생각하고 넘긴다"고 밝혔다. 전혀 '엄중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엄중 경고'는 굳이 상벌위원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나올 수 있다. 이미 한화 이용규가 심판에 대한 욕설로 퇴장 당한 일에 관해 '엄중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무겁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해서 상벌위원회까지 열었다면 확실하고 실질적인 처분을 내려야 한다. 말뿐인 '엄중 경고'는 상벌위원회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때문에 확고하고 엄중한 양형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엄중 경고'같은 공허한 단어를 걷어내고, 보다 힘있고 확실한 세부 벌칙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내부 규정'이라고 가리지 말고 아예 대중에 널리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부정 행위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