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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철, 한승혁이 쏘아올린 작은 공을 눈여겨보라.
금민철은 좌완, 한승혁은 우완이다. 그리고 굳이 분류하자면 금민철은 변화구를 앞세운 기교파인 반면, 한승혁은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정통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제구 난조라는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금민철의 경우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좌완 유망주로 인정받았고, 기회도 많이 얻었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빈 자리가 생기면 투입 1순위였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 이적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며 6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고질인 제구 난조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수술대에도 올랐다.
이 두 사람이 2018 시즌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는 건 바로 선발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금민철에 대해 "불펜은 안어울리는 선수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시키고, 선발이 안되면 불펜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본인이 경쟁을 이겨내 5선발 자리를 꿰찼다"고 말하며 "금민철은 공을 던지며 자신의 제구를 잡는 스타일이다. 이런 선수는 급박한 상황에, 몸을 확실히 풀지 못하고 나오는 불펜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3경기 연속 호투중이지만 지난 넥센 히어로즈전 역시 1회 큰 위기를 넘고 승리투수가 됐다. NC전도 1회 3실점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 후 얼마나 빨리 제구를 잡느냐가 관건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NC전도 초반 실점을 했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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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는 투수 운용 시스템에 있어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구시대적 모습도 남아있다. 선발 경쟁에서 떨어진 투수는 무조건 불펜으로, 공이 빠르고 구종이 단순한 투수들은 무조건 불펜으로 보내는 식이다. 두 사람이 그동안 이 사례들로 불펜에서 공을 던졌던 투수들이다.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 멘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보직을 줘야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두 사람의 활약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의 경기력과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시즌 내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