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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제구 난조' 금민철-한승혁이 쏘아올린 작은 공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11 10:00


2018 KBO리그 kt와 넥센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사진은 kt 금민철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8.04.03.

금민철, 한승혁이 쏘아올린 작은 공을 눈여겨보라.

KT 위즈 금민철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개막 후 깜짝 2연승. NC전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6이닝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로 선발로서 역할을 다했다.

KIA 타이거즈 한승혁도 같은 날 한화 이글스를 상대했다. 최근 몇년 간 불펜 자원으로만 분류된 선수. 선발 등판은 지난 2014년 10월12일 삼성 라이온즈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4이닝을 던지더니 한화전에는 깜짝 선발로 등판했다. 그리고 5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몸이 좋지 않아, 뒤늦게 SK전을 통해 2018 시즌 출발을 했는데 첫 경기 안정됐던 제구력이 한화전에도 이어졌다.

금민철은 좌완, 한승혁은 우완이다. 그리고 굳이 분류하자면 금민철은 변화구를 앞세운 기교파인 반면, 한승혁은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정통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제구 난조라는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금민철의 경우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좌완 유망주로 인정받았고, 기회도 많이 얻었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빈 자리가 생기면 투입 1순위였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 이적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며 6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고질인 제구 난조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수술대에도 올랐다.

한승혁은 지도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150km가 넘는 강속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강한 공도 가운데 들어가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2016 시즌 3승2패9홀드1세이브로 자리를 잡나 했는데, 지난해 다시 제구 난조로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자신있게 공을 뿌리지 못하는 '새가슴'이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다.

이 두 사람이 2018 시즌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는 건 바로 선발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금민철에 대해 "불펜은 안어울리는 선수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시키고, 선발이 안되면 불펜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본인이 경쟁을 이겨내 5선발 자리를 꿰찼다"고 말하며 "금민철은 공을 던지며 자신의 제구를 잡는 스타일이다. 이런 선수는 급박한 상황에, 몸을 확실히 풀지 못하고 나오는 불펜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3경기 연속 호투중이지만 지난 넥센 히어로즈전 역시 1회 큰 위기를 넘고 승리투수가 됐다. NC전도 1회 3실점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 후 얼마나 빨리 제구를 잡느냐가 관건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NC전도 초반 실점을 했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투구하고 있는 한승혁.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4.04/
한승혁 역시 마찬가지. 팀이 근소한 리드를 하고,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압박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면 길게 보고 3~4점 좋다고 생각하며 던지는 선발이 더 어울릴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3할이다. 10번 중 7번은 투수가 이긴다는 뜻이다. 한승혁의 강한 공이라면 가운데에 던져도 타자가 3번 이길 확률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좋다. 한승혁은 한화전 제라드 호잉에게 2방의 홈런을 맞았지만 씩씩하게 가운데를 보고 공을 던졌다. 피홈런 여부와 관계 없이 멘탈적으로 발전된 한승혁의 모습을 확인했다.


한국프로야구는 투수 운용 시스템에 있어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구시대적 모습도 남아있다. 선발 경쟁에서 떨어진 투수는 무조건 불펜으로, 공이 빠르고 구종이 단순한 투수들은 무조건 불펜으로 보내는 식이다. 두 사람이 그동안 이 사례들로 불펜에서 공을 던졌던 투수들이다.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 멘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보직을 줘야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두 사람의 활약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의 경기력과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시즌 내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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