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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2018시즌 출발은 합격점은 아니지만 낙제점도 아니다. 9일 현재 5승7패로 7위에 랭크돼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12번 싸워 5번 이겼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5승도 의외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한화 선발진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의 예상밖 부진이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샘슨과 휠러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샘슨은 최고 시속 153km의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 나쁘지 않은 제구력을 소유한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막상 시즌 뚜껑이 열리자 전혀 딴판이다. 연습경기에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방망이를 마구 휘둘렀던 상대 타자들은 페넌트레이스에선 깐깐하게 볼을 고르고 있다. 샘슨은 제풀에 쓰러지며 매 경기 볼넷으로 무너졌다. 3전전패, 평균자책점 9.22.
휠러는 지난달 2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조기강판되며 역시 부진하다. 1승1패에 평균자책점 7.88. 휠러는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KBO리그 타자들의 인내와 파워에 밀리는 모습이다.
한화는 10일부터 대전에서 펼쳐지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 3연전에 김재영-윤규진-배영수 등 국내 선발진이 나선다. KIA 역시 한승혁 등 4,5선발이 나올 예정이지만 한화의 상황은 상대 선발이 누구냐가 중요치 않다. 한화 선발이 스스로 버티느냐, 무너지느냐에 경기 승패가 좌우된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한화 선발진 중 최근 몇년간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선수가 거의 없고, 샘슨과 휠러 역시 국내무대 첫 시즌인 점을 감안해 7인 선발체제를 구상한 바 있다.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고 상대에 맞춰 적재적소에 필요인력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한 감독은 최근 "원래 계획의 30%도 들어맞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변화도 꾀했다. 웬만하면 1군에서 경험을 쌓게하려 했던 김민우는 2군으로 보내 바닥부터 구위를 다지게 했다.
현재로선 돌아올 선발자원은 없다. 송창식과 권 혁은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해 올라온다고 해도 필승조 요원이다. 박주홍과 김범수는 불펜에서 활약중인데 선발전환은 시점이 이르다.
한 감독은 "샘슨의 경우 세 번째 등판(KT전 5이닝 2실점)에서는 다소 좋아지는 모습이다. 아직은 적응단계로 본다.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휠러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안정감은 있는 선수다. 부담만 떨친다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선 이들 외 딱히 대안도 없다.
국내 선발진은 향후 1~2차례 등판 기회에서 또 흔들린다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다. 제한적이지만 안영명 이태양 송은범은 언제든지 선발로 전환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송은범과 이태양은 셋업맨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선발 안정없이 불펜으로 버티는 야구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번 주 한화 선발진은 기로에 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