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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투수의 구위가 아무리 뛰어나도 스트라이크존에 꽂지 못하면 소용없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이 벤치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샘슨은 일찌감치 1선발로 점찍은 투수였다. "내가 봤던 외국인 선수 중 최고", "로저스 보다 나은 것 같다", "제구도 생갭다 괜찮다."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워주려 했지만 지금까지는 허사다.
세 차례 등판에서 3패, 평균자책점은 9.22에 달한다. 고질적인 볼넷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지난달 2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는 4이닝 6실점(5자책), 볼넷이 4개였다. 지난달 30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4⅔이닝 8실점(7자책), 역시 볼넷 4개. 올시즌 13⅔이닝 동안 무려 14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닝당 1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아예 단념할 정도로 형편없는 투수는 또 아니다. 샘슨은 23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이닝당 1.68개에 달한다. 7일 KT전에서는 120구를 던졌는데 119구째 직구 구속은 152km가 찍혔다. 투구수가 80개, 100개가 넘어가도 구위 하락이 덜하다.
7일 경기에서는 와장창 무너진 2회 이후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앞선 두 차례 등판보다는 진일보된 모습이다. 샘슨은 성격 좋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등 평판도 좋다.
한화가 원했던 외국인 투수 덕목 중 첫번째는 이닝이터였다. 120구를 던지고 겨우 5이닝을 넘기는 피칭은 곤란하다. 투구수 관리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도망다니는 피칭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