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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의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투구였을까.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이 2018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어깨 수술 후 지난 시즌 복귀했지만,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다시 맞이하기에 의미가 또 다른 첫 투구였다. 특히, 5선발 자리는 보장을 받았지만 팀 내 여러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내줄 수 있어 초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첫 등판에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구위, 제구 모두 전성기 시절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일단 직구 최고구속은 92마일(약 148km)이 찍혔다. 대부분 80마일 후반에서 90마일 정도의 직구 구속이 찍혔다.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밖에 볼 수 없는 구속 저하다. 한국에서 던질 때, 다저스 초기 시절에는 150km가 넘는 강한 공을 뿌리던 류현진이었다.
직구 구속이 안나오니 악순환이 반복됐다. 일단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반감됐다. 직구 구위가 살아있어야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속는데, 밋밋한 직구와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계속해서 정타를 만들어냈다. 올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빠른 커브와 컷패스트볼도 마찬가지. 특정 구종만 맞아나가지 않았고, 애리조나 타자들이 류현진이 던지는 모든 공을 골고루 공략해냈다.
그러니 제구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정타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제구에 신경쓰다보니 오히려 스스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볼넷을 5개나 내준 이유다. 이전까지 류현진이 한 경기 내준 최다 볼넷은 6개였다. 스트라이크 자체를 많이 던지지 못했다. 75구 중 볼 판정을 받은 공이 무려 35개였다.
2사 후 집중력을 잃은 것도 아쉬웠다. 1회말 2사 후 상대 중심타선에 연속 2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2회에도 실점은 없었지만 2사 후 8번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늘어났다. 4회에도 병살로 2사를 만들어놓고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고, 결국 강판됐다. 이닝 중에서도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6-3으로 앞서던 경기도 9회말 마무리 켄리 젠슨의 동점 스리런포 허용에 이어, 연장 15회말 7대8 끝내기 패배를 당해 충격이 몇 배였다. 자신의 등판 경기에 팀은 힘만 모두 쓰고 패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모처럼 만에 선발, 그리고 원정 경기였기에 많이 긴장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투구 내용을 냉정히 살펴보면 긴장 문제를 넘어 상대를 압도하던 이전의 모습을 잃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진이 승리를 하려면, 이제는 구위가 아닌 완벽한 제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등판하는 매경기마다 완벽한 제구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날 첫 등판이 류현진의 새 시즌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과연 괴물같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로테이션대로라면 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즌 첫 승 도전에 나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