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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말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어렵겠구나' 싶었다.
지난 2017년도 신인으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윤성빈은 계약금 4억5000만원을 받은 '대형 신인'이다. 부산고 재학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의 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봤을 정도로 재능이 빼어났다. 1m97의 큰 신장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직구와,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 충분히 매력적인 투수였다.
하지만 입단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그의 데뷔는 1년 미뤄졌다. 그토록 꿈꾸던 1군 마운드 위에서 윤성빈은 5이닝 5안타(1홈런) 6탈삼진 5볼넷 2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고 물러났다. 팀이 0대5로 패하면서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데뷔전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선발이 김광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1군 데뷔를 기다렸던 윤성빈의 표정은 오래된 숙제를 마친 것처럼 후련해보였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윤성빈은 "생갭다 긴장은 많이 안했다. 경기가 시작돼서 집중을 하니까 관중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면서 "1구,2구까지는 원하는대로 잘 들어가길래 긴장을 풀었던 것 같다. 정진기 선수를 오키나와 연습 경기에서 상대한 적이 있는데 그때 포크볼로 삼진을 잡았었다. 이번에 상대했을 때 포수는 직구 사인을 냈는데, 내가 그 기억 때문에 포크볼을 고집했다. 결과적으로는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홈런이 되고 말았다"며 자책했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쉬운 장면이다. 윤성빈은 "너무 아쉬워서 잠시 멘탈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지금 내게 기회가 왔는데 못잡으면 상동(퓨처스리그 구장)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 악물고 던졌다"며 웃었다.
그 이후 확실히 다른 결과를 보였으니 그의 각성이 효과를 본 셈이다. 윤성빈은 "첫 등판을 마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선배님들과 같이 야구를 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색달랐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정말 많이 좋아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제 두번째 등판을 앞두고 있는 그의 각오는,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는 것. "첫 등판은 100점 만점에 60점이다. 팀이 졌기 때문이다. 내가 패전투수인 것은 나 때문에 졌다는 뜻이다. 초반에 점수를 안줬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수 있다"며 자책한 윤성빈은 "첫 타자, 초구 스트라이크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2S라고 해서 마음을 풀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슈퍼 루키'는 다음 등판에서 어떤 것을 또 배울까.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