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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5승 해도, 팀이 잘하면 된다"
그러나 로저스는 달랐다. 공항에 있던 모든 이의 눈길을 한꺼번에 사로잡는 화려한 패션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것. 파란색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에 하얀색 셔츠를 받쳐 입고, 파란색 꽃무늬 보타이와 동그란 빅사이즈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줬다. 귀에는 A사의 무선 이어폰까지 꽂고 있어 마치 파티나 시상식에 참석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든 아이템이 조화를 고려해 세심하게 선택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로저스는 자기 캐릭터 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들 줄 아는 선수라는 뜻이다.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미덕이다. 로저스는 복장에 대해 칭찬하자 "그게 바로 나다. 나중에 패션 모델도 하겠다"며 농담을 했다. 진심도 약간은 담긴 듯 하다.
로저스 역시 새 팀에서의 스프링캠프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무척 즐거웠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면서 "KBO리그에는 좋은 기억이 있다. 한국 타자들도 기억하고 있다. 팀과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셨다"고 KBO리그 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러 로저스는 "새 시즌의 목표는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술을 받은 팔꿈치는 마치 아기처럼 잘 관리할 것이다. 캠프에서는 개막에 맞추는 데 초점을 뒀고, 한 시즌 건강하게 팀 성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팀'을 강조했다. 그는 "승수에 대한 목표는 없다. 내가 던질 때 앞서다가도 불펜이 역전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팀이 이기면 된다. 결국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 내가 5승을 하더라도 팀이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팀을 위해서는 기꺼이 조연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저스의 화려한 차림이 그리 과해보이지 않는 건 이런 각오 덕분이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