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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야구 할 날이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무리를 잘 하고 싶어 준비를 철저히 했다.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했다. 어떤 스프링캠프 때보다 몸상태가 좋다.(살이 많이 빠진 이종욱은 턱선이 더욱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FA 자격을 얻었지만 1년 계약에 그쳤다.
-지난해 사실상 주전이 아닌 백업 역할이었다. (이종욱은 2017 시즌 107경기에 뛰며 타율 3할8리를 기록했지만 318타수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2016 시즌에는 134경기 453타석을 소화했다.)
사실 작년에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팀 상황에 맞춰 나가야 했다. 늘 주전으로 뛰다 백업이 되자 솔직히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느끼는 게 있었다. 그동안 오래 주전으로 뛰며 나는 다른 선수들이 겪었던 것들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2군에 있는 선수드리 힘들 거라고 느꼈고, 내가 야구를 그동안 참 편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 한 타석에 대한 소중함이 생기더라. 2군에서 어린 선수들과도 지내며 많은 걸 배웠다. 1군 주전 아닌 백업도 행복한 것이라고 느꼈다.
-올시즌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보나.
경쟁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아프지 않아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준비돼야 한다. 나이 먹었다고 훈련 안하면 안된다. 지금 상황에서 내 기량이 갑자기 막 좋아지고 하지는 않을 거다. 후배들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나는 프로선수다. 당연히 주전을 노릴 것이다.
-주전 여부도 중요하지만 덕아웃 리더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알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후배들은 내 장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웃음)
-2018 시즌을 앞두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아직 마무리를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올시즌 이종욱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시 좋은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 동안 나를 좋아해주신 많은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 끝이라는 생각이 나지 않게, 이종욱이 절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