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앞둔 10개 구단의 로드맵은 언제부터인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따라하기가 십 수년간 반복되면서 전형적인 틀이 잡혔다. 스프링 캠프에서 감독들이 강조하는 공통 분모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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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매년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수준 미달 선수를 추려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겠다는 의도다. 베테랑도 훈련성과가 미진하면 큰 롤을 부여하진 않는다. 땀에는 확실한 대가, 메리트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선수들에게 따로 혼내지 않아도 덕아웃에 흐르는 공기로 팀을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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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71년생 동갑내기다. 조 감독은 2년차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고, 김 감독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풍부한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의 융화에 주안점을 둔다. 덕아웃에서 표정변화가 거의 없지만 옳다고 느끼는 것은 양보하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사령탑 경험은 이제 스타트다. 코치들 의견을 반영함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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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한용덕 장정석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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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과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나머지 8명의 사령탑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이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주저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선수들에게는 자비가 없다. 한 KIA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임계점 이전까지는 품어주지만 이를 넘어서면 '발가벗겨' 내쫓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 전도사다. 팀을 굴리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감독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시킨다. 때때로 아직까지는 한국야구에 다소 이질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과연 감독 역량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딱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 화려하지만 실컷 욕먹는 자리. 파리 목숨으로도 불린다. 프로야구 사령탑이 팬들로부터 야단맞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나쁜 성적.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레전드 스타 출신도 버틸 수 없다. 두 번째 투수교체나 대타 타이밍 같은 벤치 작전이 패인으로 작용했을 경우다. 자질을 의심받는 순간이다. 세 번째는 성적이 나도, 작전이 들어맞아도 시즌이 끝난 뒤 이른바 '선수빨'로 성과가 일축되기도 한다.
잘되면 선수 탓. 안되면 감독 탓. 감독들도 이를 잘 안다.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쩌랴. 그 미세한 작전 차이가 때로는 거대한 나비 효과를 만든다. 감독이 박수받으려면 우승하거나 오랜만에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키는 수밖에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10명 중 8,9명은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