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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관리 사라진 자율시대, 그래도 사령탑 색깔은 있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06:20


시즌을 앞둔 10개 구단의 로드맵은 언제부터인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따라하기가 십 수년간 반복되면서 전형적인 틀이 잡혔다. 스프링 캠프에서 감독들이 강조하는 공통 분모는 다음과 같다.

경쟁통한 5인 선발로테이션 고정 두터운 불펜진, 중간투수들 휴식일 보장 각 포지션 내부 경쟁 신진급 육성 수비 강화 뛰는 야구. 종착지는 다를 지 몰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은 거의 일치한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해 중도하차한 뒤 사령탑들의 성향은 관리와 자율 양갈래길에서 자율로 확 기운 상태다. 김성근 감독, 조범현 전 kt위즈 감독으로 대변되던 관리야구는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같은 자율이라고 해도 색깔 차이는 있다. 크게 카리스마형, 과묵한 합리주의 형, 부드러운 합리주의형으로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김경문-김태형-류중일 감독.
◆카리스마, 김경문 류중일 김태형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매년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수준 미달 선수를 추려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겠다는 의도다. 베테랑도 훈련성과가 미진하면 큰 롤을 부여하진 않는다. 땀에는 확실한 대가, 메리트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선수들에게 따로 혼내지 않아도 덕아웃에 흐르는 공기로 팀을 장악한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돌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감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밀어붙일 때가 많다. 똑 부러지는 지도스타일은 합리주의에 결단력이 녹아들어 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자연스런 소통을 통해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자주 웃고, 과감없이 의견을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열정없는 모습에는 단호하게 돌아선다. 이들은 수치로 드러나는 야구 데이터 이상의 정신적인 '그 무언가'를 존중하는 사령탑들이다.


조원우 감독-김한수 감독
◆과묵한 합리주의. 조원우 김한수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71년생 동갑내기다. 조 감독은 2년차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고, 김 감독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풍부한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의 융화에 주안점을 둔다. 덕아웃에서 표정변화가 거의 없지만 옳다고 느끼는 것은 양보하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사령탑 경험은 이제 스타트다. 코치들 의견을 반영함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한용덕 감독-장정석 감독-김진욱 감독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한용덕 장정석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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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선수가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게끔 도와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 사령탑들이다. 훈련 시간보다는 성과 위주다. 한화는 최근 관리야구에서 자율야구로 180도 노선을 바꿨다.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선수들이 내면에 더 큰 것을 이미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올시즌 한화는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팀이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구단이 가진 철학(시스템)을 존중한다. 지도 스타일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젊은 팀을 맡고 있지만 훈련량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 없다. 이같은 자율 기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김기태 감독-트레이 힐만 감독.
◆'형님' 김기태 & '치어업' 힐만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과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나머지 8명의 사령탑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이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주저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선수들에게는 자비가 없다. 한 KIA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임계점 이전까지는 품어주지만 이를 넘어서면 '발가벗겨' 내쫓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 전도사다. 팀을 굴리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감독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시킨다. 때때로 아직까지는 한국야구에 다소 이질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과연 감독 역량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딱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 화려하지만 실컷 욕먹는 자리. 파리 목숨으로도 불린다. 프로야구 사령탑이 팬들로부터 야단맞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나쁜 성적.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레전드 스타 출신도 버틸 수 없다. 두 번째 투수교체나 대타 타이밍 같은 벤치 작전이 패인으로 작용했을 경우다. 자질을 의심받는 순간이다. 세 번째는 성적이 나도, 작전이 들어맞아도 시즌이 끝난 뒤 이른바 '선수빨'로 성과가 일축되기도 한다.

잘되면 선수 탓. 안되면 감독 탓. 감독들도 이를 잘 안다.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쩌랴. 그 미세한 작전 차이가 때로는 거대한 나비 효과를 만든다. 감독이 박수받으려면 우승하거나 오랜만에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키는 수밖에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10명 중 8,9명은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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