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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 ①] 박용택 "나이 마흔에 주장 맡은 속사정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1-10 10:19


LG 박용택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1.08/

"제가 요즘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입만 앞선다고 혼나면 어떡하죠?"

불혹(不惑). LG 트윈스 박용택이 2018년 새해 마흔살이 됐다. "만으로 40살이 되려면 아직 1년 4개월이 남았다"며 웃는 그는 '나이를 잊은 사나이'다. 3000안타와 한국시리즈 우승. 두가지 목표를 등에 업고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는 박용택을 밥상 앞에서 만났다. 깔끔한 국물의 소바와 감칠맛 나는 초밥을 앞에 두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6년 8월 11일. 통산 2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했을 때 그는 "3000안타까지 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었지만, 박용택은 진지하다. 농담이 아니라 3000안타를 열망하고 있다. 단,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잡기위해 2018년도 힘차게 출발했다. 올해는 신임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 주장까지 맡아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LG의 우승 반지를 갖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는 물론 변함없다.

◇"골든글러브, 욕심 없다면 거짓말"

-연말연초 어떻게 보냈나. 휴가를 갔다온 것 같은데.

운동은 계속 했고, 짬을 내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이 아빠 입장에서 휴가는 아니다.(웃음) 이번에도 미국 올랜도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기구 하나 타려고 4시간 기다려봤다. 3시간45분을 서 있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았다.(웃음) 영화 아바타 어트랙션이었는데 아내와 딸은 무척 감동했더라. 근데 4시간 기다려서 5~7분 타니까 좀 허무했다. 아빠의 비시즌은 그런거 하는 시기다. 하하.

-골든글러브 받고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 했다. 수상을 예상하고 있었나.


솔직히 수상 확률이 40%라고 봤다. KIA 나지완이 40% 정도. 혹시 (이)승엽이형이 20%?(웃음) 시상식 날 기자분들이 마치 내가 된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길래, 52% 정도까지 예상했는데 끝나고 득표율을 보니 정말 52%더라. 아무래도 내가 지완이보다 얼굴이 조금 더 낫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당연히 수상 욕심은 있었을텐데.

당연하다. 되게 신경쓰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두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고, 외야보다 지명타자가 더 받기 힘들다. 외야는 그래도 3명을 뽑지 않나. 지명타자는 방망이 잘치는 사람들만 있어 쉽지 않다고 생각해 꼭 이번에 받고 싶었다.

-"불혹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수상 소감이 화제였다.

입이 먼저 앞서면 안되는데.(웃음) 내 생각에는 평범한 이야기들인데, 요즘은 평범한 이야기조차 말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도 같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2017시즌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2017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LG 박용택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삼성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2.13/
◇탄산, 술 절대 NO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

원래 짜고, 달고,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 탄산과 커피도 원래 안 좋아한다. 후배들은 내가 몸관리 때문에 안 먹는다고 오해하는데, 굳이 설명은 안하고 있다.(웃음) 심심한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위장이 많이 예민해서 그렇다. 성격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는데 식성은 못 다스리겠더라.

-몸관리는 어떻게 하나.

생활 패턴은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예전에는 몸에 좋은 것 많이 챙겨먹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삼시세끼 꼬박 잘 챙겨먹으려고 하고, 잠 잘자려고 노력한다. 기본적인 것들인데, 잘 지키기가 의외로 어렵다.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술 좋아한다. 그런데 시즌 때는 절대 안 마신다. 정말 먹고싶으면 일요일 경기 끝나고 소주 한잔 하는 정도다. 어느 순간부터 술을 마시면 다음날 몸에 영향이 있더라. 대신 2년전부터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경기 전에 무조건 20~30분 정도 잔다. 잘 데가 마땅치 않으면 락커 바닥에서라도 잔다. 눈만 감고 있어도 편하고 정신이 맑아질 수 있다.

◇나이 마흔에 주장을 맡다니

-주장을 맡게 됐다. 류중일 감독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원래는 선수들이 손주인(2차 드래프트로 삼성 이적)을 밀려고 했다. 선후배들과 격 없이 편하게 지내는 선수라 잘 아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를 시키려고 하신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 되는데' 싶었다.(웃음) 마무리캠프 다녀오신 후 나를 방으로 부르시더라.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쉽게 못 꺼내고 주저하시길래 "감독님. 편하게 말씀하십시오"라고 먼저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가 너를 왜불렀겠노? 니가 주장 안한다카면, 오지환이를 군대 가든지 말든지 시켜부러야지 뭐"라고 하시더라. 안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확정됐다.

-베테랑들이 팀을 옮기기도 했고, 지금 선수단 구성을 보면 주장 고르기가 쉽지 않다.

마땅한 사람이 있었으면 나도 밀었을텐데, 지금은 없다. 지환이에게 맡기는 것도 안 된다. 내가 지환이보다 어릴 때 주장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선배들도 많았고 너무 힘들었다. 지나간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주장되고 나서 스프링캠프 가는 첫날 집합이 걸려서 얼차려를 받았다. 내가 주장인데.(웃음) 선후배 관계가 아직 어렵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1.08/
-주장이라는 직책이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니 할 일이 없어서 괜찮다. 경기하는 거 말고는 도무지 할 일이 없다.(웃음) 예전에는 사람도 만나고 했는데, 지금은 원정 가면 숙소에만 있다. 후배들도 "형, 도대체 방에서 뭐해요? 잠을 15시간 자는거야 뭐야?" 라며 웃는다. 솔직히 신체적 능력은 그대론데 회복 능력은 많이 떨어졌다. 기계로 치면 성능은 멀쩡한데, 배터리 충전 시간이 오래걸리는 거다. 그러니 그런 시간에 애들도 챙기고 신경쓰고, 생각도 하고 그러면 될 것 같다.

-삼성 감독 시절 류중일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주전 선수에게는 이상적인 감독이라 생각했다. 순서 정한대로 1년 밀고 가는. 타순도 고정적이고, 일정한 루틴대로 하기 때문에 변수가 없다. 특별히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고 들었고, 야구 잘하는 팀의 감독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궁금하다. LG를 맡아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밥상 인터뷰] 2편으로 계속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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