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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골절상에 따른 스프링캠프 제외.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19)의 앞에 닥쳐온 현실이다.
오른쪽 약지 골절의 예상 데미지
첫 번째 포인트는 이정후가 다친 부위가 오른쪽 약지라는 데 있다. 6주 진단을 받은 상황이지만, 복합 골절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깁스로 고정하면 깨끗이 붙고 크게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루나 수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부위가 아니다. 만약 이정후가 발목이나 무릎, 팔꿈치, 어깨 등 관절 부위를 다쳐 6주 이상 진단을 받았다면 당장 내년 시즌이 우려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른손 약지 골절은 다른 부위에 비해서는 그나마 데미지가 적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복합 골절이 아니라 수술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스프링캠프 합류 무산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사실 스프링캠프는 시즌 전체 농사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기온이 따뜻한 곳에서 한 시즌을 치를 체력과 기술을 비축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에 참가하지 못하면 해당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서도 간혹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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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예로 2016년 한화 이글스 외야수 양성우 케이스가 있다. 2015년말 경찰청에서 제대한 양성우는 2016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양성우는 2016시즌에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08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1리(384타수 104안타)를 기록했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한화 외야수 중 이용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단숨에 주전급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2017 이정후는 2016 양성우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앞서 있다. 올해 144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4리(622타석 552타수 179안타)로 당당히 신인왕에 오른 게 이를 입증한다. 600타석 이상에 나와 179안타를 친다는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의 징표다. 결국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 빠져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별로 손해볼 게 없다.
사실 현재 이정후에게 필요한 건 기술 발전보다 체력과 힘의 증진이다. 그런 면에서는 스프링캠프 불참이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다. 고졸 신인이 144경기에 모두 나온다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실제로 이정후의 월간 타율은 7월(0.356)에 정점을 찍었다가 8월(0.311)과 9월(0.304)에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그는 시즌 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출전과 각종 시상식 참석 등으로 피로가 누적됐다.
때문에 비시즌 기간에 체력과 힘을 키우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긴 비행시간, 시차적응, 타이트한 스프링캠프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내실을 다지면 된다. 스프링캠프 무산에 따른 상실감이 크겠지만, 이왕 벌어진 일이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정후는 실망할 것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