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 KBO 상대 '가처분 소송', 2대 주요 쟁점

◇경북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환호하는 배지환. 올해 아마추어 야구 최고 타자로 선정돼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유망주다. 그러나 현재 그의 미래는 밝지 않다. KBO는 그에 대해 '향후 2년간 국내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스포츠조선 DB

"법리적으로 따져볼 예정입니다."

'야구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경북고 유격수 배지환(18)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법정 소송으로 비화됐다. 배지환의 부친 배재동씨는 스포츠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KBO의 유권 해석과 관련해 법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 유명 법무법인을 선임해 소송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KBO 측에서는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배지환 측과 KBO의 입장 차이는 명확하다. 결국 이러한 입장 차이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배지환의 신분을 둘러싼 2대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쟁점 1 : '계약'의 성립 여부

배지환은 지난 9월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금 30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MLB사무국은 애틀랜타 구단이 국제 스카우트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계약을 '무효화'했다. 애틀랜타가 국제 스카우트 영입 계약금 한도(30만달러)를 어기고 이를 초과한 이면 금액을 지급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배지환 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을 마치고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던 12명의 다른 선수들의 계약도 '취소'됐다.

통상적으로 메이저리그나 KBO리그나 모두 선수와 구단의 계약은 커미셔너 혹은 총재의 최종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 승인을 얻지 못한 계약은 무효화 된다. 배지환은 바로 이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바로 여기서 첫 번째 쟁점이 발생한다. '무효화 된 계약'도 계약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KBO 관계자는 "애틀랜타 구단의 불법 행위로 인해 계약이 무효화된 건 맞지만, 어쨌든 선수 본인이 구단과 계약서에 사인하고 구단이 진행하는 교육리그에서도 한 달 동안 뛴 사실이 있다. 그래서 일단 계약 자체는 했던 것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해석에 따라 KBO는 배지환에게 야구 규약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을 적용했다. 반면 배지환 측은 "무효화라는 얘기는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리는 계약금도 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 2 : '육성 선수' 전환 가능성

KBO가 배지환에게 야구 규약 제107조를 적용함에 따라 배지환은 향후 2년간 KBO소속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2019년이 돼야 2차 드래프트에 나와 2020년에 KBO리그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대해 배지환 측은 "해외 구단과 계약했다고 해석한 것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무효화 됐으니 외국진출 선수로 보면 안되고, 즉각 육성선수로 뛰게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두산 베어스 국해성의 케이스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한 국해성은 2008 드래프트에서 미지명 된 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카고 구단이 메디컬 테스트에서 국해성의 팔꿈치 상태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고, 이어 두산이 육성선수로 영입했다. 배재동 씨는 "우리 지환이가 국해성 선수의 경우와 뭐가 다른가. 우리는 드래프트에 불참한 게 아니라 해외 구단과 계약할 것 같으니 KBO 구단들이 상위 드래프트권을 낭비하지 않도록 KBO에 미리 알렸을 뿐이다. 국내 구단들의 9, 10라운드에 지명까지 막은 건 아니었다. 애틀랜타와의 계약도 드래프트 후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의 생각은 다르다. KBO는 "9월 11일 2차 드래프트 시작 몇 시간 전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다며 드래프트에 나오기 어렵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걸 상위 지명은 안되고 하위 지명은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자의적이다"라며 "국해성 케이스와도 완전 다르다. 국해성은 일단 정상적으로 2차 드래프트에 참가했다가 지명을 아예 받지 못한 뒤에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케이스다. 이것도 메디컬 테스트 실패로 무산되면서 육성선수 입단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각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