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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단장 전화번호 유출, 어긋난 팬심의 현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2-03 22:18 | 최종수정 2017-12-03 22:19



팬들의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LG 트윈스와 양상문 신임 단장은 최근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양 단장 주도 아래 선수단 정리가 진행됐다. 베테랑 정성훈의 방출 결정이 알려졌을 때, 2차 드래프트에서 손주인의 삼성 라이온즈행이 결정됐을 때 큰 비난이 쏟아졌다. 떠나야 하는 선수에 대한 예우 문제, 그리고 전력적으로도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게 맞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물론 대다수가 양 단장의 결정에 반대표시를 했다.

단순 항의가 아니었다. 일부팬들은 잠실구장에서 1인 시위,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 단장 퇴진이 그들이 원하는 핵심이었다. 이미 감독 시절 팬들의 퇴진 시위에 고생했던 양 감독인데, 성적이 좋아지자 양 감독 경질을 외치던 팬들은 소리 없이 사라졌었다. 그리고 단장이 돼서도 생각지 못했던 팬들의 강력한 모습에 양 단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양 단장은 주변에 "내가 팀을 망치려고 이러겠는가. 장기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결정인데 감독 시절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는 팬들이 있어 존재한다. 팬들은 구단의 운영, 경기력 등에 있어 충분히 비판을 할 수 있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시위도 그렇다. 자신들의 의견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 개진한 결과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 등은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몇몇 구단 관계자는 "당연히 우리에게 힘든 사안이다. 하지만 LG라는 팀을 사랑하기 때문에 귀한 시간을 내시고, 추운 날씨 고생하시는 게 아니겠나. 그 정성과 노력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때문에 최근 LG의 결정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팬들의 이러한 모습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최근 양 단장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지난 주중 갑자기 문자 메시지 폭탄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도 이어졌다. 내용은 거의 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등이 주였다. 양 단장은 버티려 해봤지만 욕설 메시지는 끊이지 않고 왔고,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말았다.

LG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했다. 한 팬이 양 단장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입수해, 팬들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공개를 해버렸다고 한다. 최근 팬들은 선수나 관계자들의 차량 등에 붙어있는 전화번호 등을 파악해 사생활 침해를 한다. 선수가 어떤 자동차를 모는 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다. 화가 난 팬들은 양 단장의 전화번호가 알려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

위에서 언급한 합법적 시위 등의 정당한 비판은 괜찮다. 하지만 개인 정보를 함부로 유출하고, 폭언을 하는 건 범법 행위다. 양 단장의 선택에 맞고, 그름을 떠나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팬심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범죄다.

LG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팬들의 충성도, 그리고 적극성 등이 최고다. 이런 팬들 덕에 명문 구단이라는 칭호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으면, 그 어긋난 팬심에 구단은 더 멍들게 된다. 다른 순수한 팬들까지 피해를 받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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