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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이정후의 KBO리그 신인상 투표 결과는 아쉽다. 보는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역대급 신인 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만장일치가 당연시될 필요는 없다. 기록, 수치로 수상자를 정한다면 투표할 필요도 없다. 문제의 본질은 도무지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표 행사다.
이정후는 144경기(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552타수 179안타) 111득점 2홈런 47타점, 출루율 3할9푼5리를 기록했다. 역대 신인최다안타,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고졸 신인 타자로 역대 최고라는 감독들의 일치된 평가도 있었다. 모두가 믿기힘든 활약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김원중(7승8패, 평균자책점 5.70)은 1위표 4장을 받았다. 정 현(타율 0.300, 6홈런 42타점 45득점)도 1위표 2장을 받았고, 최원준(타율 0.308 3홈런 27타점 27득점)에게도 1위표 2장이 돌아갔다. 삼성 김성훈(타율 0.318 18타점 27득점)도 1위표 한장을 받았다.
꼭 야구를 잘한 선수에게만 표를 던지라는 법은 없다. 야구 외적으로 모범이 될만한 성품이나 생활태도, 팬서비스 마인드를 갖췄다면 가중점을 줄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무도 납득할 수 없다.
올해는 전자투표와 3년 이상 야구를 취재한 기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투표권을 부여했다.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좀더 공정을 기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셈이다.
투표인단 개인의 선수에 대한 애정과 팀에 대한 호감 여부를 감안해도 이번 투표 결과는 아쉽기만 하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존중받아야 하는 소수 의견은 나름의 정당성을 가질 때 가능하다.
투표인단이 누구에게 표를 행사했는지 이름이 공개됐을 때도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MVP와 신인상 투표권을 프로야구 미디어에 주는 이유는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 때문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지역이나 출신, 특정팀에 대한 호불호에 얽매이지 않고 야구 내외적으로 상을 받을만한 선수를 제대로 가려줄 것이라는 믿음. 이것이 없다면 투표권을 가질 이유도 없다. 권한을 부여한 이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아닌 팬들이다.
이정후가 아닌 다른 선수가 신인상 1순위 표를 받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면 최소한 한번은 기명기사라도 썼어야 옳다.
이해할 수 없는 투표결과 최고봉은 1984년 한국시리즈 MVP 투표다. 한국시리즈에서 4승 하고도 1패(완투패)를 기록했던 롯데 최동원은 시리즈 MVP를 받지 못했다. 7차전이 끝난뒤 정규시즌 MVP 투표와 동시에 이뤄져 정규시즌 MVP는 최동원, 한국시리즈 MVP는 7차전 3점홈런의 주인공 유두열이 받았다. 유두열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3안타(0.143) 1홈런 3타점이 전부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혼돈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번 투표결과는 훨씬 낫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왠지 서글프다. 스포츠1팀 기자·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