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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손시헌이 보상선수 규정 없이 FA 시장에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시장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FA 등급제' 도입이다. 소위 말하는 A급 선수들을 데려가는 데는 구단의 희생이 감수돼는 게 맞다고 쳐도, 현 제도는 그 이외 선수들의 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FA 선수를 영입하면 해당 구단은 그 선수 원소속 구단에 보상선수와 전년 연봉 200% 또는 전년 연봉 300%를 줘야 한다. 돈만을 선택하는 구단은 거의 없다.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중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을 만한 선수나 잠재력 높은 유망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수를 보내고 데려온 보상 선수가 야구를 더 잘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올해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임기영이 그 예다.
NC 손시헌의 예를 들어보자. 손시헌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NC는 젊은 선수를 잘 키우는 구단이고 노진혁이라는 대체자도 있다. 그래서 손시헌에게 많은 돈을 안겨주기 힘들다. 그런데 당장 유격수가 너무 필요한 팀들이 있다. LG 트윈스의 예를 들면, 오지환이 군대에 간다고 할 경우 당장 주전 유격수감이 없다. 이런 팀들은 손시헌을 영입하면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상선수 문제로 이런 방안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게 문제다.
손시헌 뿐 아니다. 같은 팀 이종욱도 김성욱, 김준완 등에 밀려 포스트시즌에서 뛰지 못했지만 다른 팀에 가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준석, 문규현도 비슷한 처지다. 롯데는 강민호, 손아섭 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 만약,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보상선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A급 선수들보다 더 치열한 영입전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이렇게 활발한 선수 움직임이 있어야 시장이 건강해진다. 매해 필요한 포지션 선수 영입이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스템이 정착되면, 특정 몇몇 선수에 돈이 쏠리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FA 등급제는 일찍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KBO는 도통 관심이 없다. 물론, 정확한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어렵다. 어떤 선수는 해당이 되고, 어떤 선수는 해당이 안될 경우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FA 시장이 병들게 둘 수만도 없다.
구단들은 선수를 데려오는 데 차라리 돈을 주면 괜찮다고 한다. 선수가 아까운 것이다. 보호선수 인원을 늘리든, 아예 일부 선수에 대해서는 보상금으로만 데려갈 수 있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좋은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