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땐 매진인데 당일엔 표가 남는 인터넷 예매의 미스터리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10-19 03:48


아슬아슬하게 매진에 가까운 관중이 찾았지만 티켓이 다 팔렸다는 소식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매진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100% 인터넷 사전 예약제가 오히려 매진을 막는 '독'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올해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는 총 7게임. 이중 매진이 된 경기는 롯데 자이언츠와 NC의 준플레이오프 1,3,4차전 3경기 뿐이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PO 1차전은 입장권 2만6000장이 모두 팔렸다. 창원 마산구장에서 개최된 3,4차전도 1만1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PO 2차전(2만5169명)과 5차전(2만5938명),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PO 1차전(2만4354명)은 매진에 실패했다. 준PO 1차전은 831명, 5차전은 62명이 부족했다. PO 1차전도 잠실구장 2만5000석 중 646석이 비었다. 그런데 매진이 안 된 경기들도 인터넷 예매에선 모두 다 팔렸다. 즉 인터넷 예매로 매진이 됐었다는 뜻. 하지만 경기 당일에 취소표가 무더기로 나오고 현장판매에서 취소표를 모두 팔지 못해 매진에 실패하고 있다. 준PO 2차전 땐 입장티켓 1400장이 취소돼 현장 판매분으로 나왔고, 준PO 5차전 땐 1800장이 취소됐다. PO 1차전에서는 취소된 1500장을 현장에서 판매했으나 매진에 실패했다.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면 한시간도 안 돼 티켓이 모두 팔릴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뜨거운데, 정작 경기 당일 매진에 실패하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너무 촉박한 시간에 취소표를 현장에 풀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는 경기 시작 4시간 전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BO는 취소된 표들을 경기 시작 2시간전부터 현장 판매한다.

모든 표가 인터넷으로 팔리다보니, 현장으로 표를 사러 오는 팬이 많지 않다. 인터넷으로 일찌감치 매진이 되면 당연히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당일 취소된 표를 현장 판매한다고 해도, 갑자기 달려오기는 쉽지 않다. 취소표가 얼마가 될지도 모르고, 얼마 안 되는 취소표를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경기 관전을 원하는 팬이 있는데도, 표가 남아도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예전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현장에서만 표를 살 수 있었다. 경기 전날부터 인장권을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이 이어졌다. 밤을 새는 팬들의 모습에서 야구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00년대 말부터 인터넷 예매가 시작됐는데, 현장 판매분을 따로 뒀다. 2009년엔 10%를 현장에서 팔았다.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은 남은 표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 2010년부터는 전량 인터넷 예매로 살 수 있게 됐다. 100% 인터넷 예매를 시행한 지 8년째. 이젠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을 아예 야구장에 오지 않고, 카페나 집에서 야구를 보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계속 매진에 실패하자 인터넷 예매를 하더라도, 현장 판매분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 판매분이 있다면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이 남은 표를 사기 위해 현장에 올 수 있다.

KBO는 예매한 표를 취소하는 이들이 암표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진이 됐을 때 웃돈을 받고 팔려고 하다가 실패한 표를 취소한다는 것. KBO 관계자는 "실수요 팬들을 위해 취소기한을 현재의 4시간 전에서 전날 밤 12시로 앞당길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KBO리그는 총 840만688명을 끌어모아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포스트시즌들어 매진에 살짝 못 미친 경기가 나왔지만, 사실상 만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팬이 몰리고 있다. KBO는 매진 실패가 야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새 예매 시스템을 고민해야할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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