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미묘한 기류가 생겼다. 팽팽한 접전과 난타전이 이어진 탓인지 선수들의 투지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NC 최금강의 플레이오프 2차전 연속 사구는 가뜩이나 팽팽히 당겨져 있던 두산 선수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다행히 두산 주장 오재원이 솔선수범해 팀 동료들을 다독인 덕분에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는 비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는 볼 수 없다. 과연 이 신경전은 향후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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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로 앞선 두산의 7회말 공격. 1사 후 오재원이 내야안타에 이어 2루와 3루 도루를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이 연속 도루는 결국 쐐기점으로 이어졌다. 조수행의 적시타 때 오재원은 홈을 밟는다. 홈런이 난무하던 경기의 7회말 5점차 리드 상황. 게다가 포스트시즌이다. 오재원의 도루는 쐐기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플레이다. NC 배터리가 막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후 연속 사구가 나왔다. 조수행 뒤에 나온 타자는 김재호.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이번 시리즈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김재호의 어깨 쪽으로 투구가 날아왔다. 가뜩이나 예민한 부위인 탓에 김재호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금강의 사구가 고의성을 지닌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단순히 제구가 안된 것일 수도 있다. 일단 팩트는 하필 김재호의 어깨 쪽으로 투구가 향했다는 것, 그리고 사구 이후 최금강이 별다른 미안함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김재호를 자극했다. 결국 김재호가 최금강에게 화를 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벤치 클리어링이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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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으로 양팀의 신경전이 완전히 끝났다거나 감정의 앙금이 해소됐다고 볼 수도 없다. '불씨'는 남아있다. 특히나 오재원의 수습 이후 또 다시 사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재호를 사구로 내보내 1사 만루에 몰린 최금강은 후속 박건우에게도 사구를 던져 밀어내기로 1점을 허용했다. 첫 번째 사구로 만루, 그리고 또 다시 사구로 밀어내기 실점. 이 장면까지 보면 빈볼이라기 보다는 최금강의 제구 미숙으로 인한 뜻밖의 사구였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
하지만 맞는 입장에서는 역시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 가뜩이나 팀의 간판 중견수인 민병헌도 앞서 6회말 1사 1루때 원종현의 초구를 몸에 맞았다. 꼬리뼈 부위에 맞았는데 이후 민병헌은 7회초 수비 때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극심한 통증 때문이다. 부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두산 선수단이 사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수긍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3차전 이후 또 다시 사구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2차전에서는 오재원이 앞장서 분위기를 가라앉혔지만, 이 효과가 계속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벤치 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우려한 대로 정말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다면 가을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또 이로 인해 플레이오프 판도가 크게 요동치게 될 수도 있다. 2007년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나온 벤치 클리어링 케이스에서 보듯 시리즈의 향방 자체가 뒤집히기도 한다. 결국 불필요한 흥분은 독이 된다. 양팀 선수단은 과연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까. '벤치 클리어링 주의보'는 이미 발령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