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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이겼지만, 이렇게 하면 지켜보는 사람은 불안하다. 큰 경기 타격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수비다.
경기는 에이스 양현종의 역투, 그리고 안치홍의 연타석 투런포에 힘입어 승리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계속해서 가슴을 졸였다. 수비 실책 때문.
KIA는 4회 3점을 선취하며 쉽게 경기를 푸는 듯 했다. 그러나 4회말 곧바로 2점을 따라잡히며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 점수를 준 결정적 원인은 3루수 이범호의 '알까기' 실책. 무사 1루 상황서 윤석민의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려 안타는 아니지만, 마치 1타점 2루타가 터진 것 으로 둔갑시켰다. 이범호는 1사 후 다시 한 번 남태혁의 타구를 더듬으며 1사 1, 3루 위기를 자초해 오정복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더 큰 사고는 8회에 터졌다. 임창용이 두 타자를 내보냈지만, 다시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그리고 정 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김선빈이 어처구니 없는 1루 송구를 하며 주자 1명이 홈인했고 2사 2, 3루 위기가 이어졌다. 안타 1개면 동점. 팀 승리를 떠나 선발 양현종의 20승이 날아갈 뻔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뀐 투수 김세현이 오태곤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3루수, 유격수가 각각 2개씩 4개의 실책을 저지르자 KIA의 경기는 어지러워졌다. 이날은 이겼기에 다행이나, 이런 장면이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나온 강팀들은 이런 기회를 절대 쉽게 흘려보내주지 않는다.
이범호의 경우 정면으로 오는 타구 처리 등은 훌륭하지만 해가 갈수록 수비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김선빈의 경우 타격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지만, 수비는 아직 공격만 못하다. 특히,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생각지 못한 실책을 저질러온 경우가 많아 포스트시즌 KIA에 걱정거리를 안길 수밖에 없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트라우마인 플라이 타구 처리도 아직 100% 장담을 할 수 없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