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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가을은 올해도 매우 바쁠 것으로 보인다. 상위팀들은 한창 포스트시즌 준비중이다. 한화는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그럼에도 바쁘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최근 "감독 선임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질 지도 모르겠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미 시즌중에 이상군 대행체제로 시즌을 마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즌 종료와 함께 전격적으로 감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좀더 시간을 두고 후보군에 대한 다면평가와 의견수렴, 그룹과의 의사소통 작업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역대로 구단이 천거한 인사가 감독이 된 경우가 많지 않다. 후보군을 추려서 올리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그룹의 '낙하산 결정'이 더 많았다. 아직 후보군을 좁히는 작업도 시작되지 않았다.
최근 이글스 레전드 출신에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일부 팬과 몇몇 구단 관계자 사이에서 나온다. 한화는 과연 '레전드 카드'를 빼들 것인가. 자연스럽게 레전드 출신인 이상군 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과 레전드 출신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한화는 지금까지 김인식-김응용-김성근 등 이른바 '3김'을 모두 감독으로 영입한 바 있다. 만년 꼴찌다 보니 어떻게든 팀 분위기, 체질을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 유승안 감독 등이 한화를 거쳐갔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역대 최다승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도방식에는 호불호가 갈려도 승리를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김인식 감독은 '믿음의 야구'가 연상되는 국민 감독이다.
결과적으로 장기간 성공한 지도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다수가 한화 사령탑 이후 현장 감독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감독을 두고 '독이 든 성배', 나아가 '그냥 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 남은 카드는 이글스 출신 레전드 지도자다. 시간이 흘러 50대, 40대 다양한 이글스 출신 지도자가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장종훈 롯데 자이언츠 코치, 한용덕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정민철 해설위원,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 등이 대표적인 레전드 지도자다. 이상군 대행 역시 한화에서 100승을 거둔 레전드 출신이다.
레전드 지도자의 장점은 선수들과의 소통, 팀에 대한 헌신, 팬들의 믿음에서 찾을 수 있다. 구단의 장기비전 마련에도 레전드 감독은 좀더 애정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
이상군 대행, 대행 꼬리 뗄까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올해도 고춧가루 부대로 활약중이다. 무기력한 마무리보다 그래도 꿈틀대는 것이 낫다. 한화는 8월 이후 매서워졌다. 7월 5승15패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뒤 반등했다. 8월 한달간 13승10패, 9월에는 10승11패를 기록중이다. 8월만 놓고보면 3위권, 9월에도 중위권이다. 이 과정에서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의 리더십이 재조명 되고 있다.
전혀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맡은 감독대행 자리였지만,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젊은 선수들을 빠르게 팀에 동화시켰다. 야수 9명의 햄스트링 줄부상,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장기부상공백, 이태양-권 혁의 이탈.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의 장기 부상에도 한화는 후반기에 약진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 대행께서 팀을 잘 이끌고 계신다. 선수들의 부상공백 속에서도 팀을 잘 추스렸다. 후반기 성적을 냈던 부분은 평가를 받아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종훈 단장은 "이 대행은 당연히 감독 후보중 한명이다. 어려울 때 팀을 맡아 열심히 해주셨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내정설?
시즌 내내 외부인사 내정설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5월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하차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이 팀을 맡자마자 한화는 새감독 선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신통치 않았다. 생갭다 감독 후보군이 많지 않았고, 시즌 중이라 영입할 수 있는 인재도 한정됐다. 서두르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상군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치고자 결정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A구단 B코치의 내정설이 대두됐다. 계약중인 코치를 시즌중에 빼올 수 없어 시즌 종료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가웠다. 한화 구단은 손사래 친다. 아직은 후보군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상태고, 내정은 터무니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구단 주변에선 유력 B코치 외에도 한국시리즈 우승경험이 있는 C 전 감독 등 다양한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