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은 야구 감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다. 슬럼프나 부진은 기량의 20%, 30%, 때때로 50% 이상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부상은 100%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첫 해를 보낸 뒤 "부상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시즌 전반기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도 몇몇 선발투수들에게 휴식을 챙겨준 이유다.
2000년대 들어 프로야구 각 구단은 부상방지와 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등 웬만한 구단은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문제는 구단 역량의 선택과 집중이다.
부상으로 무너진 한화의 2017년
옆구리 근육(복사근) 부상자도 4명(최진행 김태균 알렉시 오간도 김범수)이나 된다. 투수진은 팔꿈치(배영수 이태양) 어깨(권 혁) 등 일반적인 부위를 다친 선수들이 많다. 햄스트링 부상이 비교적 흔하다고 해도 9명은 너무 많다. 이성열은 두번이나 고생했다. 햄스트링은 재발이 잦고 완쾌도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은 "부상 이탈자가 계속 나오다보니 팀이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용규-정근우-송광민-로사리오-김태균-이성열-하주석-최재훈-양성우. '완전체 한화'로 치른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
|
KIA의 고민의 결단, 한화도 필요하다
KIA는 2013년을 전후로 부상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는데 구단 관계자들이 인식을 공유했다. 지난해 함평 챌린저스필드(2군 구장)에 현대식 재활센터를 열었다. 선수들의 근력과 관절 상태를 정확히 측정한 뒤 강화시킬 수 있는 등속성 장비와 일본 돗토리 월드윙 재활센터 장비, 멀티 정글, 카이저, 트레드밀 등 트레이닝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근관절 치료를 위한 초음파 기기, 간섭파 치료기, 염증제거용 냉각 치료기, 피로회복용 산소탱크도 준비됐다. 수중치료실 내 트레드밀은 3~4명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문영래 조선대 정형외과 교수를 재활센터장으로 영입하고 전담 트레이너도 배치했다.
한화도 장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좁지만 대전구장 내 클럽하우스에 재활장비가 있고, 서산 2군훈련장에 재활센터가 마련돼 있다. 장비 수준도 아쉬운 수준은 아니다. 시설규모가 KIA보다 작을 뿐이다.
KIA가 7명의 트레이너를 두고 있는데 한화는 1군에 4명, 2군에도 4명의 트레이너가 있다. 오히려 KIA보다 1명이 많다.
시설보다는 구단의 의식 문제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소다. KIA는 부상을 해결하기 위해 구단의 역량을 긴 시간 집중시켰고, 서서히 열매가 맺히고 있다.
한화도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와 똑같이 내년에도 준비하면 불운 쯤으로 여겨졌던 줄부상이 또 고개를 들 수 있다. 한화 구단은 올시즌이 끝난 뒤 재활시스템을 손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늉만 내서는 변화를 맛보기 쉽지 않다. 개혁 수준의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