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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에 발목이 묶였지만, 그래도 더 큰 희망을 봤다.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 커브와 커터 등 올 시즌 재미를 보고 있는 구종들의 제구가 약간씩 빠지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 풀카운트 승부만 6차례나 있었다.
또 매 이닝 주자 출루를 허용하다보니 투구수가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1회초 2사 2루에 이어 2회초 무사 1,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으나 이후 위기는 넘지 못했다. 3회초 2사 후 2연속 2루타를 내주며 첫 실점했고, 동시에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17'에서 멈췄다.
또 다저스가 추가 득점에 실패한 5회초에도 2사 후 윌 마이어스에게 우월 솔로포를 내줬다.1-2에서 1-3이 되는 홈런이었다. 실투는 아니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잘 던졌으나 마이어스가 밀어쳐서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기술을 발휘했다.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류현진이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어려웠다.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겼기 때문이다. 마침 5회말 선두타자가 류현진의 타석이었기 때문에 다저스 벤치가 대타 카드를 내면서 등판을 마쳤다.
한가지 희망은 봤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108구는 올 시즌 최다 투구수다. 어깨 수술 후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다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류현진은 후반기들어 훨씬 안정감있는 투구 중이다. 비록 승리에는 실패했으나 시즌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고,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선발로 제 몫을 하고 물러났다는 것은 선발진 경쟁 구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