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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좀 못하면 어떤가, 방망이로 다 채우는데.
KIA팬들은 고졸 2년차로 겁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최원준을 좋아한다. 그가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수비다. 이날 경기에서도 3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추가 실점의 빌미를 만들고 말았다.
고교 시절에는 유격수로 뛰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타구 속도, 질과 주자들의 스피드 자체가 달랐다. 조금 주춤했다가는 세이프. 이런 수비 실수에 소위 말하는 '입스'가 생겼다. 구단은 외야 전향을 시켜보려 했지만, 외야수로도 딱히 나아지는 모습이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다시 최원준을 내야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최원준을 비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아직 고졸 2년차 선수다. 방망이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선배들이 힘들 때 선발로 나가 공-수 대체 역할을 해주면 되고, 결정적일 때 좌타 대타 요원으로 팀에 도움을 줘도 그의 3100만원 연봉을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다.
다만,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비 트라우마 극복이 필수다. 이건 최원준 본인을 위해서다. 당장 시즌 중에는 어쩔 수 없지만, 시즌 후 마무리 캠프 등에서 피나는 수비 훈련을 해야할 것이다. NC 다이노스 박민우 같은 경우도, 처음 1군에 왔을 때는 형편없는 2루 수비로 불안감을 노출했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이제는 수비에서 역시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입단부터 뭔가 팬들을 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KIA는 최원준이 그런 경우다. 그의 방망이가 과연 올해 KIA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까 궁금해진다. 뭔가 큰 사고를 한 번은 칠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