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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교체만큼 간단하면서도 힘든 일도 없다.
이 부분에서 감독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투구수가 100개에 가까워지면 교체 시점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위와 제구력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100개 이상을 넘기면 분명 흔들릴 것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여기에 불펜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면 교체를 확신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게 아니라면 선발투수를 좀더 끌고 가려는 생각이 강해진다.
5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양팀 선발인 브룩스 레일리와 제이크 브리검은 똑같이 7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레일리가 99개, 브리검은 104개였다. 레일리의 올시즌 평균 투구수는 96.0개, 브리검은 96.2개다. 평균 투구수보다 브리검이 조금 더 많이 던진 셈이다. 그런데 선발 교체 후 경기 양상은 달랐다.
롯데는 3-4로 뒤진 연장 10회말 넥센 마무리 한현희를 상대로 손아섭이 동점 솔로홈런, 강민호가 끝내기 안타를 날려 5대4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자체는 롯데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선발투수 교체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레일리가 7회 안타 2개를 맞기는 했지만, 구위와 제구력를 생각했을 때 좀더 맡기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은 게 사실이다. 물론 이정민이 동점 홈런을 허용하리라고는 벤치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결과론'이다. 그러나 이정민은 후반기 7경기중 5경기서 실점을 했다. 레일리를 이을 '베스트 카드'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레일리는 이날까지 최근 8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직전 경기인 지난달 30일 SK전에서는 7⅓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진 상황이었다. 아직도 2개월 가까이 남은 레이스를 고려해 투구수 관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좀더 이닝을 맡겼다면 2점차 리드서 경기 양상이 좀더 편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롯데는 지금 1승이 간절한 팀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