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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BO리그 사장, 성적이 아니라 미래를 봐라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7-06 22:21


박한우 KIA 타이거즈 사장이 김기태 감독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전달하는 모습. 허상욱 기자

류준열 SK 와이번스 사장이 트레이 힐만 감독 취임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지난해 3월에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식 모습. 허상욱 기자

"예전에는 단장이 운영팀장, 사장이 단장같았다."

한 프로야구단 고위 프런트 출신 인사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후 구단 프런트 역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프로야구 초기에는 모기업에서 내려 온 사장, 단장이 특정 선수 기용에 관여하거나, 선발 라인업을 짜서 내려보내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현장 지도자 입장에선 아무리 구단 고위층이라고 해도, 비 전문가의 이런 행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반 야구팬들의 관심이 선수, 감독에게 집중되는데 구단의 방향성을 정하고 움직이는 건 대표이사, 사장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일 김승영 사장(59)이 사임하고 전 풍 한컴 대표(62)가 구단 새 사장에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20년 넘게 구단에서 일하며 수장에 오른 김 사장이 두산그룹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인사로 교체됐다. 그동안 두산은 구단 내부에서 경험을 쌓고 실적을 인정받은 프런트가 사장, 단장을 맡아 프로야구단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전 풍 신임 사장이 그룹에서 내려오면서 이런 기조가 깨졌다.

구단 사장=50대 후반, 60대 초반 계열사 대표 출신

전 풍 두산 사장을 포함해 KBO리그 10개 구단 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5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의 모기업 계열사 사장 출신이 다수다.

신문범 LG 스포츠단 사장은 LG전자 중국법인장을 지냈고, 김동환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삼성웰스토리 사장을 거쳤다. 류준열 SK 와이번스 사장은 SK텔레콤 성장전략실장, 유태열 kt 스포츠단 사장은 kt cs 대표, 김창락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롯데쇼핑 상품1본부장을 역임했다. 김신연 한화 이글스 사장도 한화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일했다. 이런 전형에서 살짝 벗어난 이들이 있다. 이태일 NC 다이노스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고, 최첫 넥센 히어로즈 사장은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로 시작해 구단 경영보좌자문으로 있었다. KIA는 구단 전임 사장 체제인 나머지 9개 구단과 다르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구단 사장을 겸하고 있다. 야구단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허영택 단장의 역할이 크다.


이대호 입단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김창락 롯데 자이언츠 사장. 최문영 기자
아무리 경험많은 전문 경영인이라고 해도, 야구단은 일반 기업과 다른 생소한 조직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5월 사장단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방문하고, 메이저리그 구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구단 운영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현재 10개 구단 사장 중 7명이 현재 직분을 맡은 지 2년이 안 된다. 1년 미만도 4명이나 된다. 2011년 5월 부임해 NC 다이노스 출범을 이끈 이태일 사장이 가장 경력이 길다. 모기업 출신 사장은 극히 제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대략 3년 정도 머물다가 구단을 떠난다. 한 구단 고위 프런트는 "차라리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분이 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사장이 올 때마다 현황 보고를 하는 일이 반복된다. 구단 사정을 알만하면 떠나는 것 같다"고 했다.


무게중심의 이동=성적에서 구단 자립으로

오랫동안 거의 모든 구단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었다. 모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도 모든 팀이 우승을 바라보며 뛰었다. 성적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성적을 위해 비용에 신경쓰지 않고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구단 사장에 대한 평가도 성적과 연동됐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런 흐름이 바뀌었다. 모기업과 구단 경영진이 만성적인 적자 기업인 야구단을 스포츠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단은 모기업 돈을 받아쓰는 조직이었다. 모기업도 홍보, 사회공헌 차원에서 바라봤다. 하지만 최근들어 여러 구단이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적이 중요하긴 해도 구단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4월 NC 다이노스 홈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낸 김택진 구단주와 이태일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송정헌 기자

김신연 한화 이글스 사장이 대전구장 입장관중을 맞는 모습. 최문영 기자
신문범 LG 스포츠단 사장은 "대다수 구단이 창단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매년 적자가 쌓이고 있다. 우선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 구단의 정체성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성적을 외면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주어진 자원을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LG는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이천 LG챔피언스파크(2군 구장)를 활용한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신 사장은 "비용을 세이브해 적자폭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전력을 강화하면 좋은 성적이 나고, 팬이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마케팅도 가능하다. 내가 있는 동안 모든 것을 이뤄보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강조했다.

삼성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동환 삼성 구단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팬과 함께 호흡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성적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으니, 흥행과 팬을 통한 마케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은 지난 겨울 팀 내외 거물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가성비를 따져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다. 김 사장은 "야구가 없는 날에도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이벤트를 준비중이다"고 했다.

두산과 SK, NC 등 많은 구단이 관중을 끌어모으고,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IA, 한화 등 성적에 목마른 일부 구단이 여전히 전력 강화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마케팅 강화다.


kt 위즈 유태열 사장. 송정헌 기자
사장은 총괄적인 경영, 선수단 운영은 현장에

모기업에서 사장이 부임하면 업무를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구단 프런트 출신 야구인은 "업무를 이해하려면 최소한 1~2년이 걸린다"고 했다. 전문 경영인이 구단 내부에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터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구단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이 중요하다. 세세하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까지 관여하려들면,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론 의욕 과잉이 팀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선수 출신 단장이 늘었는데 이들에게 전력구성에 관한 걸 위임하면 된다. 사장은 인사, 예산 집행권을 갖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했다.

아직까지 구단 사장직이 그룹에서 마지막 자리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 거쳐가는 자리, 예우 차원의 자리라는 얘기다. 구단이 수익 창출과 거리가 있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미래를 얘기하기 어렵다. 또 내부 승진이 막히면 구단 구성원들의 의욕 상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BO리그 10개 구단 사장 명단

구단=이름(나이)=취임=경력

두산=전 풍(62)=2017년 7월=한컴 사장

NC=이태일(52)=2011년 5월=네이버 스포츠실장

넥센=최첫(53)=2017년 1월=히어로즈 경영보좌자문(본부장)

LG=신문범(63)=2015년 12월=LG전자 중국법인 법인장

KIA=박한우(59)=2014년 11월=기아자동차 사장 겸임

SK=류준열(53)=2016년 1월=SK텔레콤 성장전략실 실장

한화=김신연(65)=2015년 3월=한화폴리드리머 최고경영자

롯데=김창락(60)=2016년 11월=롯데쇼핑 상품1본부장

삼성=김동환(59)=2015년 12월=삼성웰스토리 대표

kt=유태열(57)=2016년 12월=kt c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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