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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에 목 말랐던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밋밋한 포심 패스트볼은 지나치게 느렸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가 곧바로 황재균을 빅리그에 불렀다. 28일 콜업이 결정된 황재균은 29일 콜로라도전에서 곧바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완벽하게 잡았다. 100점 짜리 데뷔전이었다.
두번째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첫 타점을 기록한 후 세번째 타석에서 친 첫 홈런이 결승점이 됐다. 황재균이 홈런을 친 상대 투수는 콜로라도의 선발 카일 프리랜드. 프리랜드가 2B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던진 3구째 90.1마일(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밋밋하게 들어왔고, 황재균은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5m짜리 대형 솔로 홈런이었다.
장타에 대한 구단의 의문을 떨칠 수 있는 한 방이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연일 장타를 터뜨렸지만, 트리플A에서는 68경기 홈런 7개에 그쳤다. 꾸준히 장타력을 어필했던 그에게는 조금 못미치는 성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다른 내야수를 빅리그로 콜업할 때마다 '황재균의 장타력이 아쉽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데뷔전에서 장타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수비도 가장 자신있는 3루수로 출전해 빈틈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경쟁력을 위해 외야와 1루까지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던 황재균이지만, 주 포지션은 3루다. 이날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안정감 있게 수비를 했다.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낸 황재균은 당분간 기회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큰 경기에 더 강했던 특유의 강심장이 앞으로도 발휘될 것인가. 일단 출발은 좋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