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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진호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 5회말 2사 1루에서 우월 투런홈런을 치며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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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왼쪽)과 구자욱이 경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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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두산 베어스 정진호. 역대 최소 이닝인 5회 만든 대기록이라 의미가 더 크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2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 좌익선상 2루타, 2회 우중 3루타, 4회 중전 안타, 5회 우월 2점 홈런을 터트리고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생애 한 번 올까말까한 대기록. 당연히 기념구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행운이 따랐다. 5회 홈런 타구가 관중석을 때리고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이 공을 삼성 우익수 구자욱이 챙겨뒀다.
구자욱은 정진호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상무 야구단에서 함께 뛰었다. 1988년생인 정진호가 1993년생인 구자욱보다 5살이 많지만, 군복무를 함께한 끈끈한 인연이 있다. 이날도 경기 후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정진호는 8일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나고 약속한대로 구자욱과 식사를 함께 했다. 내가 소고기를 사줬다. 축하를 많이 해주더라. 기념공을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당연한거죠'라고 하더라.(웃음) 상무 시절 가장 친했던 선수다"라고 했다.
기록 달성 후 더그아웃에 들어가자 엄청난 축하가 쏟아졌다. 지난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고 7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진호에게 선발 출전기회를 준 박건우도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요즘 타격감이 좋지 않아 고민인 오재일은 농담을 던졌다. 오재일은 정진호에게 "축하한다. 너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나한테는 왜 안오지?"라며 웃었다. 정진호는 "집에 도착해보니 SNS 메신저에 500개의 문자가 와 있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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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 두산 정진호가 팀의 9대7 승리를 확정짓고 동료들과 하이피이브 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6.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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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평소 스타일대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축하를 전했다. 김 감독은 8일 "정진호의 사이클링 히트 달성을 축하한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지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오늘 선발로 출전하냐"는 질문에는 "어제 사이클링히트를 한 선수를 어떻게 빼냐"고 웃은 뒤 "(박)건우가 아직 햄스트링이 좋지 않다"고 했다. 덧붙여 김 감독은 "정진호는 원래 자질이 있는 선수다. 기회가 많지 않으니 보여주기 쉽지 않은 것 뿐이다. 또 기회가 적다보면 선수들이 욕심이 생긴다. 적은 기회에 많이 보여주려고 하니까 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구자욱과 식사 자리를 마친 정진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물론 쉽게 잠이 들진 못해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정진호는 아직 붙박이 주전이 아닌 백업 외야수다. 항상 긴장하고 내일을 준비해야하는 입장이다. 정진호는 "오늘은 어제보다 너무 못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날 다시 선발로 나서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원래 내가 기복이 심한 선수는 아닌데 요즘따라 그러더라. 모든 백업 선수들이 적은 기회를 잡아 주전으로 올라선다. 내게 기회가 적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노력해서 잘 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빨리 잊을 수록 정진호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의 기쁨을 누리기 보다 내일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이 와닿는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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