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스토리]헥터-양현종 32년만의 20승 원투펀치 될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5-04 22:43


KIA의 헥터가 양현종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장면. 헥터와 양현종은 올시즌 나란히 6전 전승을 거두며 최강의 원투펀치로 떠올랐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원투 펀치'는 복싱 용어다. 상대를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가며 때릴 때 '원투 펀치'라고 한다. 이렇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1,2선발을 야구에선 '원투 펀치'라고 한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최강의 '원투 펀치'로 부를만한 조합은 그리 많지 않다. '원투 펀치'로 불리려면, 에이스인 1선발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강력한 2선발이 있어야 한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헥터 노에시가 역대 최강의 원투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양현종-헥터, 전승 '원투 펀치'

양현종과 노에시는 이번 시즌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모든 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나란히 6전승을 거두고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과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타선이 점수를 내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지만, 경기 내용 또한 최고다.

양현종이 평균자책점 1.52로 1위, 헥터가 1.65로 2위다. 실점 자체가 적다. 양현종은 6경기에서 7점, 헥터는 8점만 내줬다. 이 둘이 나왔을 때 상대팀이 2점 이상을 뽑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닝 수도 많다. 헥터는 43⅔이닝을 던져 최다 이닝 1위고, 양현종은 41⅓이닝을 책임져 5위에 올라있다.

3일까지 KIA가 거둔 20승 중 둘이 12승을 만들어냈다. 이는 한화 이글스 전체 승수와 같다. 삼성은 5승을 거뒀으니 양현종과 헥터 개인의 승수보다도 적다.

헥터는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하고 있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에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맞혀잡는 피칭을 한다. 양현종 역시 예전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완급조절을 하면서 맞혀잡는 피칭으로 이닝을 늘리고 있다. 양현종의 이닝당 투구수는 14.3개. 전체 6번째로 적은 투구수다. 헥터도 이닝당 14.4개로 효율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원투 펀치' 어디로 갔나


시즌을 앞두고 각 팀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면서 '원투 펀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0승을 합작한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보우덴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LG 트윈스의 포스트 시즌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허프도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105만달러에 계약한 앤서니 레나도 또한 부상으로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겨울 통큰 투자를 했다. 구단 사상 처음으로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해 션 오설리반을 영입했다. 기존의 앤디 밴헤켄과 함께 외국인 '원투 펀치'를 기대했는데, 헛된 꿈이었다.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오설리반은 3일 퇴출이 결정됐다.

한화 이글스가 의욕적으로 영입한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기대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5경기에서 1승3패-평균자책점 2.30, 오간도는 2승2패-4.01을 기록했다.

NC 맨쉽이 6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에릭 해커는 2승에 머물고 있다. 해커는 초반 2연승 후 3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했다.

역대 최강의 '원투 펀치'는?

가장 많은 승리를 합작한 '원투 펀치'를 만나려면,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삼성의 전-후기 통합우승을 이끈 김시진과 김일융이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원투 펀치'다. 둘이 나란히 25승씩 거둬 50승을 합작했다. 두 선수가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삼성이 그해 77승을 거뒀으니, 전체 승리의 약 65%를 책임진 것이다. 당시 김시진은 269⅔이닝, 김일융은 226이닝을 소화했다. 지금은 꿈이 된 200이닝을 훌쩍 넘겼다.

42승을 합작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임호균도 추억의 '원투 펀치'다.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장명부는 1983년 팀의 100경기 중 무려 60경기에 등판했다. 투구 이닝이 무려 427⅓이닝. 34번의 완투에 30승(16패)-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여기에 임호균이 12승(15패)을 보탰다. 합계 42승. 장명부의 기록이 워낙 뛰어나 임호균을 '원투 펀치'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임호균도 다승 6위에 올랐다.

세 번째로 많은 승리를 낳은 '원투 펀치'가 지난해 나왔다. 두산의 니퍼트-보우덴이다. 역대 가장 많은 승리를 챙긴 외국인 '원투 펀치'다. 니퍼트가 22승, 보우덴이 18승, 총 40승을 올렸다.

1990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은 22승으로 다승왕, 이강철은 16승으로 다승 3위에 올랐다. 합계 38승. 여기에 조계현이 14승으로 다승 4위에 올라 '원투스리 펀치'가 만들어졌다. 3명이 52승을 거뒀다. 선동열과 이강철은 1989년에도 각각 21승, 15승을 기록하며 36승을 합작했다.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은 1984년 27승13패6세이브를 올리며 다승왕에 올랐다. 여기에 임호균이 10승(9패)을 거들어 37승을 기록했다. 임호균은 장명부와 최동원이라는 당대 최고의 투수와 함께 했다.

2000년엔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이 나란히 18승씩 거둬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최강의 '원투스리 펀치'가 됐다.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류현진에게도 파트너가 있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새내기 류현진이 18승으로 다승왕이 됐을 때, 문동환은 16승으로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원투 펀치'가 함께 20승을 넘은 것은 1985년 김시진-김일융 뿐이다. 양현종과 헥터가 32년 만에 다시 한번 이 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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