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외국인 선수 축소? 제한 철폐를 논할 때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3-31 08:13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조선DB

KBO리그는 현재 팀당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 규정을 가지고 있다.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투수 2명, 외국인 타자 1명으로 엔트리를 꾸렸다. 2014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NC 다이노스, kt 위즈가 창단돼 10구단 체제가 구성되면서 외국인 선수 제한도 종전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확대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꾸준히 외국인 선수 숫자를 예전처럼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선수협은 'KBO가 3명으로 확대할 당시 한시적 운영이라고 밝혔고,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회를 위해 2명 보유로 돌아가야 한다'는 골자로 축소를 외친다.

현재 리그 상황상 과연 외국인 엔트리 축소가 옳을까. 당장 오늘(31일) 열리는 2017년 정규 시즌 개막전만 살펴봐도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0개 구단이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펼치는데 토종 투수는 단 한명도 없다. 모두 외국인이다.

물론 팀마다 사정은 있다. 원정에서 시즌 개막을 맞는 팀들은 홈 개막전을 위해 '토종 에이스'들을 아껴놓는 경우도 있다. KIA 타이거즈도 원정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은 헥터 노에시가 선발로 나가고, 양현종은 광주 홈 개막전 선발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솔직히 토종 투수 기근 현상은 이미 몇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 등 86~88년생 1~2차 지명 국가대표급 '에이스' 투수들의 출현 이후 우리는 제대로 된 토종 투수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추어에서 '초특급 유망주'라며 찬사를 받던 투수들은 프로에 오면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할 만큼 혹사를 당했거나,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다.

이는 전체적인 흐름과 교묘히 어울러져 있다. 일단 KBO리그 타자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FA(자유계약선수) 등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자기 관리를 훨씬 더 철저히 한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투수들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KBO리그 뿐만 아니라 다른 리그들도 마찬가지다. 투수들의 기술 발전은 한계가 있는 반면, 타자는 제한이 자유롭다. 현역 코치들도 "투수들이 타자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몇년 전부터 KBO리그에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다.

만약 예전처럼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2명 출전 규정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대부분의 구단들이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울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 보다 야수들이 더 영향을 받는다. 토종 야수가 한명 더 1군 엔트리 등록 기회를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간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5년 사이 8개 구단에서 10개 구단으로 늘어나면서, 이전에 비해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뛸 기회를 받게 된 것도 잊지 않아야 할 사실이다. 오히려 현재 선수 수급 구성상 10구단은 지나치게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과 예전에 비해 떨어지는 평균 수비 실력 등도 10구단 체제의 영향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저출산 현상 등으로 아마추어의 '야구 하는 유망주'는 갈 수록 숫자가 적어지고 있다. 선수층은 얇고, 토종 선수들의 몸값은 외국인 선수들을 추월해 폭등하고 있다. 이런데도 외국인 선수 보유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시대 전체 흐름을 역행하는 것 아닐까.


몇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고, 현재는 넥센 히어로즈 2군에서 투수 파트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브랜든 나이트 코치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처음 KBO리그에 왔을 때는 8개 구단이었고, 지금은 10개 구단이다. 타자들의 수준과 경기장 시설,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내가 처음 왔을 때 보다 발전된 부분이다. 하지만 투수들의 수준과 야수들의 수비 실력 등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KBO리그의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뿐 아니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일본처럼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철폐하고 자율 경쟁을 펼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의견을 냈다. 나이트 코치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외국인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두가(심지어 언론도) 토종 선수들의 실력이 훨씬 좋아져 굳이 외국인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아도 되는 리그를 꿈꾼다. 아마추어에서는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이들이 프로에서 1년 차부터 가능성을 보여주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리그. 가장 이상적이다. 누구도 외국인 선수들이 '무조건 좋아서' 기용하고 싶을 리 없다. 다만 현재 KBO리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축소보다 제한 철폐에 더 가깝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과가 극단적인 KBO리그의 몰락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5년이 넘은 KBO리그가 전환기를 맞은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계선에 다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럴 때일 수록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공생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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