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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스포츠조선 객원기자로 독자와 함께 한다. 이 전 감독은 현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여러 팀을 돌며 야구 공부 중이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 KBO리그 시즌이 시작하면 새로운 시각, 다양한 시점에서 프로야구 얘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시카고 컵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었다. 나와 인연을 맺어준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염소의 저주'를 풀어 기쁜 마음이었다. 올해도 컵스 캠프를 방문했다. 모든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다시 반겨주니 가슴이 뭉클했다.
과연 세계 최고 리그인 메이저리그 우승팀의 스프링캠프는 어떻게 꾸려질까. 직접 체험해본 결과 놀라울 따름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일사분란함'이다. 오랜 시간 쌓인 노하우를 통해 최고의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메이저리그라고 운동을 설렁설렁 할까. 절대 아니다. 컵스 캠프는 오전 5시30분에 시작된다. 선수들을 위한 훈련 준비가 이뤄진다. 구단 직원들 뿐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오전 6시부터 속속 집결한다. 코칭스태프 미팅은 오전 7시에 시작된다. 여기에는 감독과 코치만 있는 게 아니다. 훈련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모든 스태프가 전원 참석한다. 홍보팀 등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하루 전 훈련이나 연습경기 성과와 당일 스케줄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의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이 미팅 참석 인원만 30~40여명이 된다.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코칭스태프 뿐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도 선수들의 기량이나 몸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부단장, 감독 등 고위 인사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는 게 보기 좋았다. 한국 프로구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훈련 열기도 대단하다. 공식 팀 훈련은 9시에 시작되지만, 선수들은 그 전에 자신의 개인 운동을 모두 해놓는다. 우리 선수들이 '엑스트라 훈련' 식으로 하기 싫은 훈련을 돌아가며 할당받는 느낌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당연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자율 훈련처럼 보이지만,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끔 하는 철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KBO리그 구단도 선진 야구 연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위해 메이저리그 구단을 많이 찾고 있지만, 프런트가 연수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간다고 해도 수박 겉?기 식이다. KBO리그도 35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발전했고, 구단의 선수 관리 및 운영 그리고 팬서비스 등이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현장 뿐만 아니라 프런트가 선진 야구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구단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없다.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현장과 프런트의 유기적은 공조 시스템 속 이뤄졌다. 때문에 KBO리그도 지도자 수업 뿐 아니라 프런트 수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10개 구단들이 눈에 보이는 야구에만 집착해 투자할 게 아니라, 그 야구의 기반을 만드는 곳에 장기적 투자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종운 스포츠조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