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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김인식 감독 "KBO 잘되려면 대표팀이 살아야 한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1-01 21:31


엔트리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역대 최악의 멤버가 될 것 같다"며 우려했다.
도곡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28/

2017년 새해가 밝았다. 프로야구도 달력을 바꾸고 새 시즌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는 정규 시즌 개막에 앞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3월에 열리는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다.

김인식 감독(70)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한다. 열흘 가량 전지훈련을 마친 후에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 구장에서 적응 훈련을 한다. 국내외 팀들과 연습 경기도 예정돼 있다. 3월 6일 이스라엘과의 예선 A조 첫 경기 승리가 첫번째 목표다.

김 감독은 요즘 걱정이 많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늘 어렵고도 무거웠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WBC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 1, 2회 WBC 등 수차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프리미어 12 우승을 하면서 '이제 내려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후배 감독들에게 대표팀 자리를 물려주고, 한 걸음 물러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구본능 총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WBC 준비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대표팀이 가는 길은 쉬운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수월하지 않았고, 부상과 사고 등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도 발생했다. 김 감독은 "KBO리그가 잘되기 위해서는 결국 대표팀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었다.

새해 다시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김 감독을 만났다.

-요즘 고민이 많으신데, 대표팀 괜히 맡았다는 후회가 들지 않나요.


괜히 맡았나? 허허. 사실 프리미어 12가 끝나고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구본능 총재께서 "감독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더라. 내가 2명 정도 추천했다. 그런데 총재께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렇게 맡았는데, 처음부터 '내년 2월까지는 걱정 속에 살겠구나'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이 발생했다.

대표팀에는 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는데, 이건 너무 많다.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걱정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당장 1월초에 코칭스태프 회의를 해봐야 한다. 굵직한 선수들이 빠져야 하니까. 김광현은 당장 수술해야지, 강정호은 지금 저렇게 돼 있지. 안 좋은 소리만 나온다. 추신수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 구단까지 협상을 하고는 있는데, 아마 구단의 편을 들어줄 것 같다. 이번 WBC는 역대 최악의 멤버가 될 것 같다.

-추신수와 김현수의 경우, KBO에서 법적인 효력은 없어도 텍사스와 볼티모어 구단에 양해 서신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어떤 답을 주느냐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 오승환도 빠져있는 상황이라….

-오승환 승선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본인은 '내가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1월이면 미국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그 전에 결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감독 혼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1월 11일에 선수단 소집을 앞두고 있다. 그 이후에도 엔트리 변동 가능성이 있는지.

그때는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나눠주고 단복 등을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2월 6일 최종 엔트리 제출 전까지는 변동이 자유롭고, 제출 이후에도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바꿀 수 있다. 지금 50인 예비 엔트리에 없어도 새로 뽑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하느냐"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김인식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선수들 각자가 가슴에 품을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도곡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28/
-2월 훈련 계획은 어떻게 구상이 되고 있나.

2월 12일에 오키나와에서 모여 열흘 가량 훈련을 할 생각이다. SK 와이번스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SK가 쓰는 구장을 쓴다. 2월 19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22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 경기를 한다. KBO리그 팀 중 하나와도 경기를 잡을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고척돔에서 훈련을 하루 정도 하고, 상무와 경찰이 우리 연습 상대가 돼준다. 그 이후에는 B조의 쿠바나 호주와 연습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은 안 됐다.

-예선 전력 분석은 어떻게 되고 있나. 상대 팀들이 생갭다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난달에 일본과 네덜란드의 평가전을 도쿄돔에 가서 봤다.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거가 6~7명 정도 빠진 상황이었는데, 이틀 내내 사실상 일본 대표팀을 눌렀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이 있었다면, 일본이 이기지 못 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하면 네덜란드는 막강하다. 우리조에서 가장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도 변수다.

-대표팀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이번 기회에 어린 선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꾸려보는 것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고.

멋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예선 탈락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리빌딩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다. 나는 모든 팀이 신인급 선수, 중간급 선수, 고참급 선수 이렇게 맞물려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게 정상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생각하고 젊은 선수로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당장 대표팀 1~2경기 뛴다고 해서 기량이 급발전 될 수 있을까. 일단은 국내 리그에서 다져져야 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대표팀 세대교체도 된다고 본다.

-또 한 번의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계시는데, 대표팀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나라는 특별히 더 다르다. 어릴 때부터 그런 감성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도 간혹 그걸 물어본다. 국내에서 경기를 하기 전에 애국가가 나올 때의 감정과 외국에 나가서의 감정이 천지 차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늘 '영원한 숙적' 일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에 도쿄에 평가전을 보기 위해 갔을 때, 일본 기자들에 내게 질문을 하더라. "감독님. 일본전을 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라고. 우리 선수들이 일본만 만나면 왜 그렇게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답했다. "저 아무 이야기도 안 합니다. 일본전은 더더욱 이야기를 안 합니다. 우리 선수들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의 각오가"라고.

-일본이 부러운 것도 있다. 대표팀 시스템이 잘 잡혀있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10개 구단이 다 같이 협조를 해줘야 한다. 그동안은 다들 빈말이었나. WBC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어린이들이 야구를 하고 싶어 하고, 프로야구 열기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러면 이번 WBC 성적이 어떨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러모로 손해다. 결국, KBO리그가 잘되려면 대표팀이 잘돼야 한다. 그래서 난 10개 구단에 다 같이 힘을 합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남의 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또 한 번의 시작을 앞둔 각오가 어떤가.

다들 내게 목표가 뭐냐고 묻는데, 늘 말한 대로 1차 목표는 예선 통과다. 1라운드를 통과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여기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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