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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송구홍-차우찬, LG는 두산을 따라간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12-08 21:27


◇LG-두산의 어린이날 매치 잠실구장 전경.  스포츠조선DB

한마디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한 때 서울의 맹주를 자처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상대를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야구인들은 요즘 LG 트윈스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된 좌완투수 차우찬 영입전에 뛰어들어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LG가 차우찬을 위해 1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준비했다, 이미 구두로 합의를 한 상태에서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를 위해 양측이 시간을 끌고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 몇년 동안 모기업 지원이 대폭 줄어든 탓에 "대형 FA 영입은 없다"고 못을 박았던 LG다. 진필중, 박명환, 정현욱 등 투수 FA를 영입해 크게 성공한 기억이 없어 특히 투수 FA에 더 냉정했다. 그랬던 LG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왜 그런걸까.

이런 LG의 구단 운영 방향은 결국 한 곳으로 답이 모아진다. '한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2015, 2016 시즌 한국시리즈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는 정규시즌까지 1위를 차지하며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의 이런 업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구단 운영 철학, 그리고 승부수를 던질 때 과감하기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안목이 밑바탕이 됐다.

두산은 '화수분'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내부에서의 선수 육성에 힘썼다. 잠실구장 특성에 맞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낸 것이 컸다. 장타력은 부족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 맞히고 잘 잡고 잘 달리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기회를 얻었던 민병헌, 양의지, 김재호, 오재원, 정수빈 등이 기량이 만개한 시점, 주포 김현수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등과의 시너지 효과로 팀 전력이 폭발해 지난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산은 FA가 되는 김현수 공백을 대비해 키운 박건우로 올해 큰 재미를 봤고, 우승 후 팀에 여유가 생기자 김재환, 오재일이라는 거포 선수들에게도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며 팀 밸런스를 더 탄탄하게 맞췄다.

LG가 올시즌을 앞두고 천명한 리빌딩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LG는 지난해 거포 유망주 정의윤, 나성용 등을 정리했다. 또, 세월이 흐를수록 수비력이 떨어지게 된 베테랑 이병규와 이진영에게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결국 자존심상 대외적으로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두산같은 야구를 하고 싶었던 결과물이었다. 그 결과 채은성, 김용의, 유강남, 이천웅, 양석환, 문선재, 이형종, 안익훈 등의 야수들이 올시즌을 통해 1군용 선수로 도약했다.

송구홍 단장 선임도 그렇다. 두산이 2연패를 거두자, 선수 출신 김태룡 단장의 활약이 집중 조명됐다. 일반 경영자가 가질 수 없는 야구에 대한 동물적 감각, 현장과의 유대 관계 등이 팀을 강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발맞춰 한화 이글스가 LG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을 영입했고, LG도 6년 동안 장기집권한 백순길 단장을 대신해 송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송 단장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코치에 이어 운영팀장, 운영총괄 등 프런트 업무까지 두루 거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이 눈앞이라는 차우찬도 그렇다. 결국 장원준 역할을 차우찬이 해주기 바라는 LG의 계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정규시즌 안정적인 이닝 소화에, 큰 경기에서도 강한 장원준의 활약이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FA 영입에 인색했던 두산이 84억원이라는 거액을 쓰며 대성공을 거두자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LG도 그 꿈에 부풀어 있다.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류제국에 이어 차우찬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두산의 '판타스틱4' 선발진에 밀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차우찬은 지난해 잠실에서 2경기 1승-평균자책점 1.23, 올해 3경기 2승-2.82를 기록하는 등 강했다. 또, 차우찬 역시 삼성 라이온즈에서 우승을 밥먹 듯 하며 큰 경기에서 떨지 않는다는 강점까지 있다. 프런트, 현장도 차우찬을 원하지만 구단 최고위층에서 차우찬의 이름을 콕 집어 데려오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LG가 왜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지가 설명된다.

1990년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잠실의 주도권은 LG가 쥐고 있었다. 구단 가치, 스타 플레이어, 팬 지지도 등 두산은 LG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젊은 팬, 여성 팬들에게 야구가 큰 인기를 얻으며 두산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미남 선수들, 깔끔한 구단 이미지, 아기자기한 응원 문화 등이 젊은 여성팬들을 야구장에 오게 만들었다. 현 시점에서 LG가 서울의 맹주라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이제는 LG가 두산을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타성에 젖어 발전하지 못하는 것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변하려 애쓰는 게 올바른 길을 가는 것임은 분명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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