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선수 명단 짜기, 어설픈 전략에 허 찔린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6-11-28 07:30


FA 이원석 보상 선수로 이적하게 된 이흥련. 스포츠조선DB

어설픈 전략에 오히려 허를 찔릴 수 있다. 보상 선수 명단 짜기, 최상의 선택은 무엇일까.

27일 두산 베어스가 FA 이원석의 보상 선수로 삼성의 포수 이흥련을 지명했다. 의외의 결과였다. 두산은 포수가 많은 팀이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굳건하고, 박세혁과 최재훈 등 1군 경험이 적지 않은 백업 자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두산의 포수들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타 팀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0개 구단 중 두산의 안방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듣곤 했다.

두산 내 포수들의 백업 경쟁이 치열해 1군 엔트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두산이 삼성으로부터 20인 보호 명단을 건네받아 지명을 고민할 때도, 포수 지명 확률은 낮다고 봤다. 보통 약점 보강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허를 찔렀다. 삼성이 보호 명단에서 제외한 이흥련을 낙점한 것이다.

20인 보호 명단은 생갭다 훨씬 빡빡하다. 정규 시즌 1군 엔트리(27명)보다도 적은 숫자다. 1군에서 주전급으로 뛰고있는 선수들만 묶어도 여유가 없다. 특히 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이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베테랑 선수들과 군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제외될 수 밖에 없다. 다음달 경찰 야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흥련도 그런 케이스다. 군 공백까지 감안했지만 두산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이 포수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올 시즌 백업 포수로 85경기에 나섰던 이흥련의 군 입대 공백은 어차피 메꿔야 할 부분이었지만, 지금까지 착실히 성장한 포수 자원을 뺏겼다는 사실은 속이 쓰리다.

보호 명단을 채워넣을 때 어설픈 전략 보다는 가장 가치있는 선수들 위주로 묶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40인 엔트리는 여유가 있어도 20인 엔트리는 포함되지 못하는 아까운 자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명 상대팀의 약점과 보강 포인트를 미리 예측해 명단을 채우지만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예측이 빗나갔다. 특히 군 입대를 앞둔 유망주는 '즉시전력감보다는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IA 타이거즈다. KIA는 FA로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 선수로 상무 입대를 앞둔 투수 임기영을 택했고, 이용규의 보상 선수로 경찰 야구단 입대를 앞둔 포수 한승택을 택했었다. 이들은 KIA의 지명을 받고 입대했고, 1년 차로 제대해 팀에 합류했다. KIA가 기대하는 선수들이다. 2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흥련을 내준 삼성의 다음 선택이 주목받는다. 삼성은 KIA로부터 최형우 보상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즉시 전력 보강과 허를 찌르는 선택 사이. 삼성의 최종 결정은 무엇일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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