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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K 김광현이 9회말 1사후 양석환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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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예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차가 크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KBO리그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메이저리그에서 거들떠도 안본다는 시각이 컸고, 일본에 진출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2013년 류현진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뒤 첫해 13승을 거두면서 모든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잘하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강정호가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중심타자로 발돋움하며 타자도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시즌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KBO리그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날아갔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KBO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행은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됐고, 2016시즌이 끝난 뒤에 역시 메이저리그가 한국 선수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FA인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우규민등 6명에 대해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조건이 된다면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들 중 실제로 해외진출을 하는 선수가 몇명이 될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고,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제 구단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할 시점이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없을 때만해도 국내 구단들은 대어급 FA를 잡는 것에 어려움을 갖지 않았다. 특히 프랜차이즈스타라는 이유로 팀내 FA를 많은 돈을 들여 잡아 전력 하락을 막았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다. 국내 타구단에 뺏기지않을 순 있는데 해외에 뺏기게 됐다. 이번에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6명의 선수는 모두 팀내에서 프랜차이즈스타로 활약했었다. 소속구단들은 하나같이 "꼭 잡겠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이 빠질 경우 소속팀들의 전력손실은 크다.
몇 명이 실제로 해외 진출을 할지는 모르지만 이제 구단이 그들이 빠져 나갈 것을 준비해야한다. 한화의 경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진출 후 국내 에이스가 사라지며 여전히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가 아닌 한화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었다면 벌써 한화의 가을야구의 꿈은 이뤄졌을 지도 모른다. 미리 준비를 했던 팀들은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넥센의 경우 강정호의 공백을 김하성이 메웠고, 박병호의 공백은 윤석민이 막았다. 두산은 김현수가 나간 자리를 김재환이 훌륭하게 막아내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룰 수 있었다. 넥센과 두산이 주축 선수가 나가고도 계속 성공적인 시즌을 치를수 있었던 것은 육성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FA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젠 당장의 전력 이탈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고 있다. KBO리그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육성이 중요하게 됐다. 예전만해도 FA가 국내에서 뛰면서 KBO리그의 수준이 어느정도는 유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에이스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인해 리그에서 톱클래스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크는 선수는 별로 없는데 수준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된다면 KBO리그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낙관할 수 없게 된다.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 선수들의 해외진출로 그 위상이 더 높아지지만 그만큼 더 내실을 다져야하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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