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형우-차우찬, 삼성 누굴 먼저 잡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10-06 00:33 | 최종수정 2016-10-06 00:41

◇삼성 최형우. 부동의 4번타자로 올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올가을 삼성이 큰 고민을 앞두고 있다. 팀의 투타 기둥이 FA가 된다. 4번타자 최형우(33)와 좌완 에이스 차우찬(29)은 올해말 가장 주목받는 FA들이다. 수년전까지 돈걱정을 하지 않았던 삼성이라면 몰라도 삼성을 둘러싼 공기는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

이들이 내년에도 사자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는 확답은 누구도 못한다. 올해는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이 사라지는 첫해다. 진정한 돈전쟁이 벌어진다. 선수 가치가 시장에서 매일 바뀌는 무한 경쟁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삼성의 원칙은 둘을 모두 잡는다는 것이다. 협상을 할 것이고, 일단 합리적인 몸값을 제시하고, 이후 상황을 봐가며 협상을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년간 최고의 날들을 보냈지만 올해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5일 현재 8위에 랭크돼 있다. 의욕을 가지고 눌러앉히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몸값이 어떻게 형성될 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선수를 원하는 팀이 많으면 몸값은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둘 중 하나는 놓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둘다 놓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둘 중 하나에 우선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최형우와 차우찬 중 누구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할까. 나이와 실력, 부상 가능성, 팀전력에 미치는 영향, 대체자원 유무 등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차우찬은 사자 군단의 무너진 마운드를 떠받치고 있는 왼손 에이스다.

최형우는 올시즌 최강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일 현재 타율 3할7푼4리(1위) 192안타(1위), 142타점(1위)으로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견이 없는 국내 최고타자다. 지난 9년간 게임수, 안타수, 홈런, 타점 모두 1위다. 올해는 FA를 앞두고 가히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형우 스스로도 "왜 이렇게 성적이 좋은 지 알수가 없다. 하던대로 하고 있다. 나도 놀라고 있다"고 할 정도다.

차우찬은 올시즌 12승6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탈삼진왕, 프리미어12 활약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올시즌 초반 사타구니 근육부상으로 한달 보름여를 쉬었지만 시즌 막판까지 꾸준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장원삼은 부상과 부진으로 불펜에서 뛰고 있다. 윤성환은 원정도박 의혹 스캔들과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차우찬은 삼성 마운드의 마지막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타고난 체력과 배짱으로 매경기 긴 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다.

5일 대구 KIA전에 앞서 최형우는 3년만에 9월 월간 MVP를 수상했고, 차우찬은 7이닝 2실점(1자책)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최형우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내년이면 34세다. 본인이 인정하듯 적잖은 나이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부상은 없었다.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돌파했다. 몸 하나는 타고났다는 평가다. 마이너스 요소는 아무래도 전성기를 넘어가고 있는 나이다. 30대 중반에 이르기 때문에 4년계약이 무르익을 즈음엔 성적 그래프가 꺾일 수도 있다.


차우찬은 아직 젊다. 또 왼손 선발이다.140㎞대 후반의 빠른 볼도 뿌린다. 지난해부터 몰라보게 제구력도 좋아졌다. 최근 투고타저 트렌드를 감안하면 믿을만한 선발투수의 존재 의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확실한 4번타자와 확실한 왼손 선발 에이스. 둘다 잡을 수 있다면야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지난해 박석민의 경우에서도 보듯 선수들은 몇억이 아닌 10억원 이상 몸값 차이가 나면 미련없이 팀을 떠난다. 이 또한 프로의 생리다. FA협상이 시작되면 삼성 구단의 우선순위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년엔 2년 연속 외국인선수 3명을 모조리 교체한다. 올해 큰 고통을 경험해 외인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형우와 차우찬을 잡지못하면 전력공백은 불가피해진다. 그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지난해말 제일기획으로의 이첩 이후 합리적인 구단운영,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다. 예견은 금물이다.

최형우와 차우찬이 해외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변수 중 하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