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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감독이 보는 40세 이승엽 '예술' 혹은 '달인'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9-14 23:42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2회 한화 이재우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이 한화에 9대 6으로 승리 했다. 경기 종료 후 6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이 기념 유니폼을 입어보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국민 타자'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한일 통산 600홈런의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타자'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40대 젊은 사령탑들은 그런 이승엽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랍다. 현역 시절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며 감탄했던 그의 특별한 홈런 생산 능력이, 이제는 자신이 지도자가 됐을 만큼 한 없이 흘러간 세월에도, 갑자기 쇠퇴하거나 변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40대 감독들은 "이제 정말 이승엽은 달인이 된 것 같다"면서 "스윙을 보고 있으면 예술 그 자체"라고 입을 모은다.

이승엽은 14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2회말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선발 이재우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비거리는 115m다. 이 홈런으로 그는 마침내 한일 통산 600홈런 고지에 올랐다. 한국에서 14시즌, 일본에서 8시즌을 뛰며 22년 간 쌓은 업적이다. 이승엽은 경기 후 "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빨리 치고 싶었는데, 승리한 날 홈런이 나와 기분 좋다"며 "앞으로는 다소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600홈런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8명만이 성공했다. 유일한 현역 600홈런 타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최근 은퇴를 선언했고 또 다른 '슈퍼 스타' 알버트 푸홀스(589홈런·LA 에인절스)가 대기록에 도전 중이다. 80년 넘는 역사의 일본에서는 오사다하루(868홈런)와 노무라 가쓰야(657홈런)만이 600홈런을 달성했다. 현역 홈런 1위는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 자이언츠)인데, 373홈런으로 이승엽 절반 수준이다.

KBO리그로 눈을 돌려보면 이승엽의 기록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개인 통산 홈런 2위 양준혁은 351홈런을 치고 유니폼을 벗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이호준(40·NC)이 325홈런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그만큼 이승엽의 파워와 기술은 독보적이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이승엽이 얼마나 늘릴지가 관건인데, 600홈런 자체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995년 1군에 데뷔한 그는 그 해 5월 2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생애 첫 홈런을 폭발한 이래 지난 22년 간 정말 쉼 없이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5회 클리닝타임 때 볼을 습득한 양은찬(중1)군과 아버지 양기동 씨가 이승엽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이 한화에 9대 6으로 승리 했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삼성 선수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49)은 이승엽의 엄청난 장타 능력을 직접 목격한 '산증인'이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한솥밥을 먹었고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 감독은 "내가 바로 54개의 홈런을 모두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이)승엽의 스윙은 예술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1998년 38홈런을 때린 뒤 1999년 54홈런을 폭발했다. 2003년에는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인 56홈런을 쏘아올렸다.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보고 있으면 그저 입이 벌어졌다. 치면 까마득하게 담장을 넘어 갔다"면서 "(이)승엽이는 자기 만족을 모르는 선수다. 시즌이 끝나면 약점을 보완하고자 늘 변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대회에서도 중요할 때마다 홈런을 때렸다. 올해 하는 걸 보면 나이가 서른 네 살 정도 아닌가 싶다"며 "나는 현역 시절 2루타를 치는 타자였고 (이)승엽이는 전형적인 거포였다. 나는 (이)승엽이처럼 내가 친 공을 오래 지켜본 기억도 별로 없다. 일단 1루로 빨리 뛰어가면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곤 했다"고 돌아왔다.


2001시즌 뒤 유니폼을 벗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49)도 이승엽 얘기만 나오면 "정말 정말 잘 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도자다. 불혹이라고 믿기 힘든 순발력과 파워를 지녔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은 "이제 달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저렇게 칠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양준혁과 이승엽은 나이를 먹어도 누구보다 타격 기술이 빼어나다. 일부러 공 한개를 지켜보기도 하고 자신의 존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방망이를 돌린다. (이)승엽이는 특히 두산을 상대로 참 잘 쳤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 명의 거포 오재일과 김재환을 모두 주전으로 만든 김 감독은 그러면서 "앞으로 이승엽과 같은 선수는 또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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