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풍년 속, 의미 있는 손주인의 100안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9-05 15:06



"희생번트부터 잘 댔어야 했는데…."

LG 트윈스 손주인의 목소리에서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먼저 묻어났다. 힘들게 세운 기록보다, 한 번의 실수가 더 생각나는 법. 팀이라도 이겼으면 모를까,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9회 끝내기 역전패를 당해 3연패에 빠지며 개인 기록으로 얘기하기 더욱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손주인이 세운 의미있는 기록은 조명받을 가치가 있다. 손주인은 이날 경기 안타 1개를 추가하며 시즌 100안타 기록을 채웠다. 101경기, 309타수 만에 채운 세자릿수 안타.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무려 15년 만에 뒤늦게 세운 기록이다.

LG는 최근 겹경사가 있었다. 박용택, 정성훈 무려 2명의 대타자들이 개인통산 2000안타를 때려냈다. 매시즌 100안타는 기본으로 치는 선수들. 이런 기록에 비하면 15년 만에 겨우 한 시즌 100안타 친 것이 대단한 기록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즌 100안타 한 번 쳐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또, 손주인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세운 기록이라 더욱 값지다.

손주인은 삼성 시절부터 만년 백업 인생을 살아왔다. 수비는 좋지만 방망이가 약하다는 평가 때문에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살아왔다. 그의 야구 인생이 바뀐 건 2013 시즌 LG 이적 후. 김기태 감독을 만나고 주전 2루수로 발돋움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2% 부족했다. 2013 시즌 125경기 93안타, 그리고 2014 시즌 120경기 99안타에 그쳤다. 첫 100안타 기록을 앞두고 단 1개의 안타가 모자랐었다. 손주인은 "내가 언제부터 개인 기록을 생각하며 야구를 한 선수였겠나.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자는 생각만 하고 야구를 해왔다"고 하면서도 "2014 시즌은 뒤에 돌이켜보니 너무 아쉽더라. 10경기 남기고 95안타였다. 그런데 마지막 10경기에서 4안타를 치는데 그쳤다"고 했다.

그 아쉬움은 지난해 더 켜졌다.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부진이 겹치며 98경기 출전 타율 2할4푼6리에 그쳤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이대로 야구 인생이 끝나는가 생각도 했다.하지만 올시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주전 2루수 정주현이 부진하며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2014 시즌 341타수 99안타였는데, 올시즌에는 309타수 만에 100안타를 채웠으니 영양가도 높았다. 손주인은 "kt와의 주말 2연전을 앞두고, 100안타 관련 기사도 보도되고 하며 처음 기록을 생각하게 됐다. 프로에 입단할 때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 지, 100안타를 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경기가 끝나니 나도 모르게 뭉클했고, 뿌듯한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치열한 5강 경쟁 속 LG는 3연패에 빠졌다. 손주인은 4일 kt전에서 팀이 1-2로 밀리던 6회 무사 2루 찬스서 희생번트를 띄우고 말았다. 다행히 다음타자 채은성이 적시타를 때려 손주인의 잘못이 줄었지만, 꼭 필요할 때 팀플레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손주인은 "후속타자에게서 적시타가 나왔어도, 반성할 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며 "남은 기간 개인 기록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조그만 것부터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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