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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주 권의 2016 시즌, 평생 기억에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 2026년 즈음이 됐을 때, 주 권은 올해를 돌이키며 "그 때 참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거짓말처럼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6월29일 SK 와이번스전 패전을 시작으로 8월23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9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5패만 있었다. 이렇게 오랜시간 전력을 다해 공을 계속 던진 적이 없는 어린 투수. 여기에 유난히 더웠던 여름철이 되자 힘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직구 구속이 똑같이 140km 초반대여도 공에 힘이 빠졌다. 어설픈 변화구 승부가 늘어났다. 8월이 돼서는 직구 구속이 아예 130km 대로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누구 하나 주 권을 욕할 수 없었다. 시즌 초반 무너질 뻔 했던 선발진 축을 홀로 등지고 왔던 소년 가장이었다. 조범현 감독도 이를 알았다. 조 감독은 고민했다. 조 감독은 "사실 어린 투수가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일 때 조금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주 권에게는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만약 주 권이 힘든 와중에 공을 계속 던져 다치거나, 무리가 갈 수 있었다면 조 감독도 고집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 권은 워낙 예쁜 폼으로 공을 던지기에 몸에 큰 무리가 없다.
주 권이 올시즌을 잘 마치고, 겨우내 많은 운동을 하고, 향후 2~3년간 선발 투수로서 잘 성장하면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 타이틀이 어울리는 힘이 갖췄을 때, 지금의 경기 운영 방식을 더하면 주 권은 더욱 강력한 투수가 될 수 있다. 지금 그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던질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경기를 나간다면, 학습 효과는 뚝 떨어진다. 절실함을 갖고 매 경기 던져야 한다. 다른 동료 젊은 투수들은 던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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