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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청주구장. 한화는 두산에 4대7로 졌다. 4-0으로 앞서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전날 패배에 이어 2연전을 모두 내줬다. 경기후 서울 원정(LG전)을 위해 선수단은 이동해야 했지만 '나머지 공부'가 있었다. 유격수 하주석(22)은 경기후 관중들이 떠난 청주구장에 홀로 남아 피칭머신이 뿜어내는 플라이볼 수십개를 쉬지않고 잡았다. 벌칙 수비훈련이었다. 이는 김성근 감독의 애정어린 지도인가, 선수의 자존심을 긁는 모욕적인 화풀이성 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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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비다. 수비는 경험이 중요하지만 아쉬운 수준이다. 특히 플라이볼 처리 미숙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다. 이는 스스로도 부족함을 인정한 부분이다. 지난 12일 울산 롯데전에서도 2-0 리드상황에서 강민호의 평범한 플라이타구를 놓쳐 실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한화는 3대4로 역전패했다.
지난 4월 14일 두산전에서는 벌투 논란도 있었다. 한화 불펜 에이스 송창식은 4⅓이닝 동안 12실점을 했지만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이 스스로 깨우치길 원했다"고 했다. 송창식은 최근 "당시 사건이 피칭 밸런스를 잡는데 도움이 됐다"고 분명히 말했다. 실제로 송창식은 이후 한화의 불펜 버팀목으로 활약중이다. 올시즌 8승(4패)을 구원승으로 따냈다. 팀내 최다승이다. 송창식은 영리하게 자신이 취할 것을 제대로 파악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막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한 하주석의 마음가짐이다. 속으론 짜증이 날수도, 속상할 수도, 열이 받을 수도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열대야에 경기를 마친 뒤 땀에 밴 유니폼으로 마음 불편한 수비훈련을 했다. 그속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면 이날 기억은 하주석의 야구인생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수비는 자신감이고, 뜬공 트라우마는 기술이 아닌 마음이 문제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여전히 '틀린 것이냐, 다른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다. 호불호도 갈린다. 김성근 감독 야구는 예나 지금이나 큰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 지옥훈련, 지옥펑고, 야간특타, 경기전 특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은 제로다. 2년전 김성근 감독을 모셔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일부 한화팬과 김성근 감독과 계약한 한화 구단.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김성근식 야구'가 아닌 '김경문 야구, 염경엽 야구'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권한은 감독에게 이미 주어졌고, 이제는 그에 다른 책임을 묻는 단계만 남았다. 계약 기간을 채우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잘못된 지도방식, 화풀이성 지도방식을 고수하면 결국 감독만 손해다. 부당한 처사에 열받은 선수의 마음이 돌아서면 팀으로선 손해, 감독에게도 마이너스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감독도 을이 될 때가 있다. 때론 선수 눈치도 봐야한다. 김성근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벌칙훈련이 악수냐, 신의 한수냐는 하주석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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