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힘, 필승조 붕괴 뒤 평균자책점 ↓ 홈런 ↑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8-17 05:01


두산 베어스 4번 김재환이 최근 들어 결정적인 홈런을 잇따라 폭발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위기 뒤 찬스라고 했던가. 두산 베어스가 필승조가 붕괴된 최악의 상황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전력분석팀 등 프런트의 도움도 크다.

두산은 16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앞세워 13대3으로 대승을 거뒀다. 파죽의 5연승과 함께 지난해 9월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어온 화요일 연승 기록은 '19'로 늘렸다.

타선이 대폭발한 결과다. 13점 가운데 무려 10점을 홈런으로 뽑았다. 좌우 거포들은 이날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한 방씩을 날렸다.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4번 김재환과 박세혁은 솔로포, 양의지는 만루포, 오재일은 2점 홈런만 두 방 쏘아 올리면서 팀 승리에 앞장 섰다.

왼손 선발 허준혁도 잘 던졌다. 5⅓이닝 5안타 3실점(2자책)으로 시즌 4승(4패)에 성공했다. 9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4개. 고비 때마다 삼진과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지난 5월 26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82일 만의 승리다. 허준혁은 경기 후 "2아웃을 마저 잡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팀이 이겨 기쁘다"며 "볼넷을 좀 더 줄여야 할 것 같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체인지업과 커브의 완성도를 높였는데, 오늘은 체인지업이 잘 들어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삼성에 덜미를 잡힌 2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4.5경기로 늘렸다. 두산은 108경기에서 68승1무39패로 6할3푼6리의 승률, NC는 100경기에서 59승2무39패로 6할2리의 승률이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NC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금세 '1강 체제'를 되찾았다. 이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위기감을 느끼고, 이후부터 정신무장을 새롭게 한 영향이 크다.

두산은 이달 초 셋업맨 정재훈이 오른 팔뚝 골절상을 입어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또 지난 13일에는 마무리 이현승과 외국인 투수 닉 에반스가 동시에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현승은 햄스트링 부상, 에반스는 왼쪽 견갑골 실금 판정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 1명이 아쉽고 1승이 간절하지만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두산의 1위 자리는 위태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불안한 불펜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과연 정재훈과 이현승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코칭스태프는 김성배와 윤명준을 상황에 맞게 기용하겠다고 했으나 믿음을 주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가장 큰 위기가 8월 중순 찾아왔다.

하지만 오히려 팀은 더 잘나간다. 이현승과 에반스가 빠진 13일부터 3연승이다. 11일 경기부터 계산하면 파죽의 5연승이다. 그러면서 NC와의 승차는 4.5경기로 벌어졌다.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무난히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기록을 봐도 정말 필승조가 붕괴된 팀이 맞나 싶다. 셋업맨, 마무리가 없지만 최근 3경기 팀 평균자책점은 1.00밖에 되지 않는다. 선발 3명 니퍼트 유희관 허준혁이 모두 잘 던졌고, 불펜 투수는 이 기간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고봉재 김성배 윤명준 진야곱 김강률 등이 제 모습을 찾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야수들도 위기를 맞아 클러치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지난 주말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16일 청주 한화전까지 3경기에서 무려 9방의 홈런을 폭발하면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왼손 거포 김재환과 오재일이 나란히 2방, 양의지 박건우 류지혁 허경민 박세혁은 1개씩을 때렸다. 두산은 경기 중반까지 결정적인 홈런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상대의 백기를 받아내고 있다.

청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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