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나경민의 관계는 조원우 감독의 노림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7-28 09:08


롯데 자이언츠 김문호가 지난 26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회 만루홈런을 때린 뒤 정 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지난 27일 잠실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나경민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지난 9일 1군에 오른 뒤 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나경민의 선발 제외는 다소 의외였다. 나경민은 끈질김, 집중력,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롯데 선수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나경민이 가세한 뒤 롯데는 8승5패를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날 LG전서 조 감독은 2번 좌익수 자리에 원래 주인인 김문호를 기용했다. 나경민은 선발로 제외됐다가 9회초 대타로 출전했다. 나경민은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데 이어 전날(26일) LG전서는 6타수 1안타로 주춤했다. 2군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1군에 오르자마자 선발로 계속 나서다보니 체력적으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간파한 조 감독은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김문호는 그동안 나경민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지명타자 또는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조 감독이 나경민을 선발로 출전시킨 데에는 김문호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배려도 담겨 있었다. 김문호는 올해가 풀타임으로 뛰는 첫 시즌이다. 2번 좌익수로 낙점받고 시즌 시작부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며 타율 4할대를 유지했다. 연일 멀티 히트 경기를 펼쳤고, 4할2푼~4할3푼대 타율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페이스가 처지더니 6월 10일 두산 베어스전을 마지막으로 4할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조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힘든 시기가 와도 스스로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며 김문호에게 선발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했다. 그런 와중에 나경민이 나타난 것이다. 7월 9일 LG와의 홈경기서 대타로 1군 데뷔전을 가진 나경민은 당시 1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을 때리며 다음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김문호는 지명타자 또는 교체 멤버로 나서야 했다. 조 감독은 2번 좌익수 대체 요원이 나타났으니 김문호에게도 조금씩 휴식을 주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칠 줄 모르는 젊음의 패기와 체력으로 내달리던 나경민이 주춤하자 이번에는 타격감을 회복한 김문호에게 2번 좌익수 기회를 부여했다. 실제 김문호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 나서는 동안 6경기에서 타율 5할(18타수 9안타)에 1홈런, 9타점을 올리며 컨디션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3할3푼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3할4푼7까지 끌어올렸다. 26일 LG전에서는 만루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 감독은 후반기 들어 김문호 나경민 최준석을 기용하는데 있어 각자의 컨디션을 따져보며 포지션을 결정하고 있다. 나경민이 김문호의 경쟁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경민이 선발로 나선다면 지명타자를 놓고 김문호와 최준석이 경쟁을 해야 한다.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선발라인업을 짰다.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 27일 선발서 제외된 나경민이 앞으로도 교체 멤버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컨디션에 따라 이들의 선발 출전 조합을 맞춰보겠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마운드와 타선에 걸쳐 '완전체'를 이루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전반기 비축해 뒀던 체력과 부상 관리,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높아진 경쟁 의식 등이 꼽힌다. 나경민과 김문호의 관계가 '좋은 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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