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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팬이라면 특정 색상을 보고 금방 특정 구단을 떠올릴 것이다. 주황색은 한화 이글스, 진한 자주색(버건디)은 넥센 히어로즈, 네이비 블루는 두산 베어스로 연결된다. 이 구단 고유 컬러를 반영해 구체화 한 게 선수 유니폼이다. 시대에 따라 더 깔끔해지고, 더 세련된 형태로 진화했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감독, 대표 선수가 참가하는 정규시즌 개막전 미디어데이 행사를 보면, 고유의 전통 의상을 입은 10개의 다른 부족을 보는 것 같다.
추억을 호출하는 옛 유니폼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지난 5월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이날 투수들은 서재응의 등번호 '26번', 야수들은 최희섭이 썼던 '23번'을 달았다. 은퇴하는 옛 동료를 위한 세리머니의 일환이었다. KIA팬들에게 10번째 우승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리멤버 데이' 유니폼이다. 타이거즈 선수들은 2012년 5월 26일 LG전 때 이종범의 영구결번 등번호 '7번'이 찍힌 저지를 착용했다. 이날 경기를 전후해 이종범 은퇴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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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롯데 선수들은 KBO리그 10개 팀 중 최다인 7가지 종류의 유니폼을 쓰고 있다. 일요일 홈경기에 선데이 유니폼,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홈경기에는 유니세프 유니폼,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홈경기에는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의 챔피언 유니폼, 토요일 홈경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을 넣은 유니폼을 입는다. 여기에 밀리터리 유니폼이 추가된다.
유니폼 다양화의 선두주자는 롯데다. 2000년대 중반 자매구단인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 보조를 맞춰 일요일 홈경기에 선데이 유니폼을 선보였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경험한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2000년대 중후반에 성적과 흥행에서 모두 최고를 경험했다. 한해 130만명이 넘는 팬이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옛 유니폼은 팬들은 좋았던 과거로 잡아끈다.
지난해 한화는 빙그레 이글스 시절의 레전드 유니폼, 불꽃 유니폼, 밀리터리 유니폼을 제작했다.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올해도 다양하다. 주중 홈경기에는 흰색 상의, 주말에는 주황색 상의를 입는다. 원정 유니폼도 두 종류다. 주중 원정 때는 그레이(흰색), 주말에는 검정색에 가까운 다크 그레이다.
두산 베어스도 기존의 홈-원정 유니폼 외에 2개의 유니폼이 있다. OB 베어스 시절의 올드 유니폼, 베어스데이 유니폼이다. 지난 주말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올드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은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다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구단들은 다양한 형태로 유니폼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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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홈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넣지 않고 있는데,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이 자리에 실종 아동 이름을 넣기로 했다. 포수 뒤 광고판에 실종 아동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안내를 하고 있다"고 했다. SK는 특정 이벤트 때 유니폼을 모아 자선경매를 한다. SK는 지난해부터 홈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빼고, 등번호만 달고 있다.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일요일 홈경기 때는 연고지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팀명이 아닌 'INCHEON(인천)'이 적힌 유니폼을 입는다.
KIA는 지난 4월 18일, 6월 12일 두 차례 야구 꿈나무 후원을 위한 '러브 투게더' 유니폼을 입었다. '러브 투게더'는 타이거즈 구단 프런트, 모기업인 기아차 임직원들이 선수 성적에 따라 후원금을 적립하는 자선 프로그램이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를 후원하는 롯데는 유니세프 유니폼을 입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기업 홍보를 위한 스페셜 유니폼도 있다. NC 다이노스는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블레이드앤소울'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넣은 '블소' 유니폼을 선보였다. 다이노스 구단은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기념해 만든 충무공 유니폼을 착용하고 지난 4월 28일 히어로즈전을 치렀다. 이날 구단은 경남지역 군부대 장병들을 경기장에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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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한해 총 1200벌의 유니폼이 선수단에 지급된다. 물론, 다양한 유니폼과 함께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린다. 팬서비스 차원이기도 하지만, 관중 동원을 위한 마케팅이 중심에 있다.
프로야구가 산업화의 길에 접어들면서 유니폼 판매 수익이 크게 늘었다. 적극적인 구매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예전에는 유니폼을 구입하는 팬이 제한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유니폼을 챙겨입고 응원하는 관전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특정 구단, 특정 선수 유니폼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유니폼을 구입하는 팬이 늘었다. 롯데는 몇년 전 유니폼 판매로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두산과 LG, 롯데 등 팬층이 두터운 팀은 유니폼 판매액이 마케팅 수입의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벤트 회당 유니폼 제작 비용으로 300만원 정도가 든다. 별도 비용없이 구단 유니폼 구원 업체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요일별, 이벤트별로 다양한 유니폼이 등장하면서, 선수들이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LG는 선수 유니폼뿐만 아니라 판매용 유니폼을 따로 판매한다. 일본 만화 캐릭터 헬로키티 유니폼에 어벤져스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마블의 슈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유니폼을 선보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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