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는 SK 플래툰 타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7-12 23:01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인천 SK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1, 2루 SK 박정권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달려나가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4.14/

SK와 한화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2,3루 SK 최승준이 중견수 뒤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7.07/

SK는 기복이 심하다.

시즌 초반 선두권을 위협했다. 하지만 급전 직하 27승33패로 7위까지 떨어졌다.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 6월13일의 일이었다.

SK는 장점과 약점은 명확하다. 탄탄한 선발진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선. 하지만, 디테일은 부족하다. 수비와 주루에서 그렇다.

기본적으로 SK의 극과 극 경기력은 여기에서 원인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SK는 팀 체질을 바꾸려는 과도기다. 장타력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많다. 성장하고 있는 투수진도 그렇다. FA들이 이적했다. 정우람과 윤길현이 그렇다.

팀 체질 개선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과도기에 있다. 결국 디테일의 부족은 예상했던 SK의 성장통이다.

올 시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이 과정에서 해답의 틀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SK 타순의 변화와 '타순 플래툰 시스템'은 긍정적이다.

변형 타순과 사이클


SK는 명확한 틀이 잡히지 않았다. 타순이 그랬다. 기존의 최 정과 김강민 박정권 박재상 조동화 등과 4번 타자를 꿰찬 정의윤 최승준 이재원 김성현 김재현 등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 조화 속에서 SK 타선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단 큰 틀은 마련했다.

SK 측은 "선수 구성 상 장타력을 우선시 한 타순으로 틀을 짜야만 했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매력적인 장타자들이 즐비하다. 정의윤과 급성장한 최승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김동엽 등이 있다. 실제, SK의 타순을 보면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한 방씩을 가지고 있는 타자들이다. 상대 투수들에게는 많은 부담이 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홈인 인천 문학구장은 펜스 거리가 짧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디테일의 공백이다. 장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주루와 수비에서는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선수들과 신예들의 적절한 조화와 배치가 중요하다.

1차 위기를 맞았던 6월 13일 이후 SK 타순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일단 1번 타자를 고메즈로 고정배치했다. 이명기의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인한 선택. 그리고 최 정과 이재원을 7, 8번으로 내렸다. 부진했다. 김강민과 정의윤 최승준 등이 클린업 트리오를 완성했다. 이런 변화는 유효적절했다.

타선은 시너지를 만들었다. 최승준이 성장했고, 김강민은 여전했다. 부담을 던 최 정과 이재원마저 폭발했다. 결국 2개의 클린업 트리오가 생겼다. 상대 투수의 부담은 엄청나게 가중됐다.

타순 플래툰 시스템

플래툰 시스템의 핵심은 주전과 백업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상대 투수에 따라, 당일 컨디션에 따라 주전과 백업의 구분없이 2명의 선수를 차례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장, 단점이 공존한다. 일단 기존 타선의 틀이 공고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선수층이 두터워야 하는 전제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반면, 상대에 따라 쓸 수 있는 전술의 옵션이 많아진다. 가지고 있는 팀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SK가 포지션별 플래툰 시스템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순의 변화를 볼 때 '타순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단 고정된 타순은 1번 고메즈와 4번 정의윤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변화가 심하다.

맹위를 떨치던 최승준은 조금씩 힘이 떨어지고 있다. 그럴 수 있다. 풀 타임 첫 해다. 타격 사이클의 변화는 예상됐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이다.

특히, 최 정과 박정권이 핵심이다. 두 선수는 중심타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했다. 최 정은 7번까지 타순이 떨어졌고, 박정권은 2군에 내려갔다 왔다. 박정권은 "많은 것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SK는 일단 6월13일 이후 새로운 클린업 트리오로 재미를 많이 봤다. 그리고 플랜 B가 필요했다. 그 시점이 됐다. 12일 박정권은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IA 에이스 좌완 양현종을 공략하기 위해 오른손 거포 김동엽이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결국 박정권은 9회 대타로 출전, 천금같은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결국 SK는 9회 동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10회 스리런 포를 작렬시켰다. 이어 6번 타자로 배치된 최 정이 쐐기를 박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날 최 정은 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SK는 대 역전극을 이뤄냈다.

새로운 중심타선의 힘이 떨어지자, 부진했던 기존 선수들이 힘을 내는 형국이다. 이 부분은 바람직한 부분이다. 적절한 타순의 변화는 SK의 힘이 됐다. 기존 타자들과 유망주들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주는 변화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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