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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오르막만 계속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언젠가는 내려가는 법이다. 하지만 내리막 수준이 아닌 낭떠러지에서 점프하듯 툭 떨어진다면 마음줄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최강 삼성', '명가 삼성'이 꼴찌까지 추락했다. 10일 한화에 6대10으로 졌다. 한화와의 3연전은 1무2패로 마감됐다. 삼성은 유독 한화, 얼마전까지 역대 최악승률이 걱정되던 팀에 매우 약하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지난해 상대전적이 5할승률 이하였던 팀은 한화(6승10패)가 유일했다. 올해도 한화를 상대로 6연패중(3승1무8패)이다. 8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최하위는 삼성 창단이후 처음. 충격파가 대단하다. 밤새 삼성 팬들의 낙담과 아우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얘기는 엄밀히 말해 기준점에 관한 얘기다. 아무리 '없다, 없다'해도 부자 수중에 잔돈 몇푼이 없을 리 없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선수 없다, 부상자 많다'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도 기본적인 전투력이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을 거라 여겼다. 올해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은 아니지만 가을야구는 무난할 것으로 봤다. 예전 전력이 100이라고 하면 올해는 90, 많이 양보해서 80정도는 될거라 봤다.
하지만 온갖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오면서 팀은 급격히 기울었다. 7위에 머물다, 8위를 거쳐 10위까지 계속 미끄러졌다. 이 와중에 경기 내용은 절로 한숨을 만들었다. 6월말 롯데를 상대로 3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사건이다. 6월초에는 한화를 상대로 홈에서 3경기 연속 1점차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은 삼성의 현주소,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날 한화 송광민에게 결승 3점홈런을 내주고 주저앉았다. 만루찬스에는 침묵하고, 안타는 이어지지 못하는 섬이었다. 둘째날은 1-4로 뒤지다 8회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뒤집는 힘은 없었다. 셋째날은 에이스 윤성환이 데뷔후 최악피칭을 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8실점했다. 개인통산 최다인 한경기 8개의 4사구를 남발했다. 제구력의 마술사라는 애칭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번 주 삼성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구자욱이 돌아오고 백상원과 이영욱도 합류한다. 후반기에는 외국인투수 레온과 장원삼이 곧바로 합류하고 또다른 외국인투수 웹스터도 조만간 출격채비를 마친다. 류중일 감독은 "제대로된 전력을 추스려 100%의 힘으로 맞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타자 발디리스가 좋아지고 조동찬(복귀 시기 아직미정)까지 돌아오면 타선엔 활기가 돌 것이다. 마운드도 무너진 선발진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정인욱과 김기태가 불펜으로 가 필승조를 되살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일단 희망사항이다. 선수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곧바로 활약할 수 있을 지는 알수없다. 다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 삼성은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 구단과 모기업이 된 제일기획의 문제인식이다. 지난 5년간 화려한 성적을 거둬 올해는 대충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굳히면 낭패 상황이 꽤 길어질 수 있다. 시즌 막판까지 꼴찌를 하지말란 법도없다. 선수들은 구단의 의지를 읽는 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 레온과 웹스터가 합류해도 그들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 필요하면 남은 한장의 외국인 교체카드도 고민해야한다.
냉정하게 봤을때 부상선수들이 합류한 삼성의 전력은 최하위권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중하위권 다툼을 하는 한화 LG, kt 등 다른팀들도 아픈 선수들이 돌아오고,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등 기어오르기 위해 안간힘이다. 다들 잰걸음으로 승부처인 7,8월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름 삼성 DNA'만 무턱대고 믿다가 여름에 대추락을 맞본 삼성이다. 상황인식이 같으면 오판은 반복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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