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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롤러코스터탄 양상문이 꿈꾸는 트윈스의 성장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5-25 22:07


◇LG트윈스 양상문 감독. 지난 3년간 영웅에서 역적으로, 다시금 비난을 칭찬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21일 넥센전에 앞서 선수들의 훈련을 체크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1

양상문 LG감독은 최근 3년간 극과 극의 평가를 들었다. 2014년 시즌 도중 팀을 맡아 5할 대비 마이너스 16게임에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해 정규리그 3위 NC를 준플레이오프에서 물리치며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기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해는 5월부터 일찌감치 9위에 자리를 잡고 요지부동,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신생팀 kt가 없었으면 영락없는 꼴찌였다. 무능한 감독이라며 온갖 욕을 다 먹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전력 강화요인이 거의 없었던 LG는 시작부터 마찰음이 컸다. 외국인투수 코프랜드는 시즌 중 뒤늦게 합류했다. 정상호를 FA로 영입했지만 크게 눈에 띄는 전력증강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또 이진영을 2차 드래프트로 내보내는 등 선수단에는 큰 변화물결도 일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LG는 돌풍을 일으켰다. 쓸데없는 '촌사람 마라톤', '스프링캠프만 강자'라는 비아냥도 감수했다. LG는 25일 현재 21승19패로 5할승률을 웃돌고 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양 감독에 대한 평가도 지난해와는 많이 다르다.

양상문 감독은 손사래부터 친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우리팀은 여전히 전력이 불안정하다. 질 때는 박살나고, 이길 때는 온힘을 쥐어짜낸다. 언제든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 나도 그렇고, 우리 선수들도 그렇고 누구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양 감독은 올시즌에 앞서 한가지 다짐을 했다. 지난해말 어렵사리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야구인생을 돌아봤다. 양 감독은 "감독은 파리목숨이다. 언제든지 옷을 벗을 수 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소신대로 내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을 앞두고 이진영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LG 젊은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1군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은 팀을 살찌운다. 이보다 큰 동기부여는 없다.

양 감독은 "이진영은 kt로 가 잘 할것이라고 봤다. 능력있는 선수고, 기술도 뛰어나다. 마음가짐도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나머지 선수들이 더 분발해주고 있다. 이 결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시즌 타선에선 손주인 정성훈 박용택 히메네스 채은성 등이 잘해주고 있다. 오지환과 포수라인(정상호 최경철 유강남) 방망이만 좀더 터져주면 금상첨화다. 마운드도 꾸역꾸역 메우는 수준이지만 코프랜드가 최근 흐트러진 밸런스를 찾았다는 평가다. 시즌 첫 경기(4월 22일)에서 불같은 방망이로 자신을 혼냈던 넥센을 지난 20일 다시 만나 잘 던졌다. 6⅔이닝 4안타 3실점 7탈삼진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미국야구에 비해 다소 소리가 크고 더 역동적인 한국응원 문화에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점차 적응하고 있다. 우규민이 밸런스만 잡는다면 천군만마다.

양 감독은 지난주 연승중에도 히메네스에게 강제 휴식을 줬다. 이를 통해 향후 몇경기 경기력이 더 좋아질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사령탑의 조치가 의미하는 바를 본능적으로 안다. 벤치의 여유와 자신감은 말없이 덕아웃 전체를 휘어잡는 법이다.

양 감독은 "마음속에 꿈이 있다. LG트윈스가 강팀이 되는 것이다. 내가 떠나고 없더라도 이 팀은 영원하고, 선수들은 오랜시간 야구를 해야한다. 올해, 내년, 언제가 될지 몰라도 'LG 트윈스는 그때 많이 성장했고, 오늘날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울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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