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완벽하다"는 찬사를 보내도 충분하다. 주목받는 위치는 아니지만, 이미 스스로의 실력만으로도 환하게 빛나는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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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시카고 컵스는 리그 최강 팀이다. 이 경기 전까지 29승13패로 승률 6할9푼의 압도적인 성적을 마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클린업 타순은 막강하다. 조브리스트는 타율 3할3푼8리에 6홈런 29타점, 4번 앤서니 리조는 2할3푼9리로 타율은 낮지만 11홈런에 3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5번 호르헤 솔레어는 다소 약하다. 타율 1할9푼2리에 3홈런 7타점이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타자다.
이런 클린업 타선을 상대로 오승환은 1-3으로 뒤진 상황에 등판했다. 추격이 가능한 상황. 무실점으로 막는 게 오승환의 임무다. 오승환은 자신의 임무를 퍼펙트로 해냈다.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지구 라이벌인 동시에 올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인 최강팀 시카고 컵스의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이어 4번 리조를 상대한 오승환은 볼카운트 2B2S에서 타이밍을 완전히 흔드는 시속 80마일(약 129㎞)짜리 체인지업을 던져 다시 3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완벽하게 리조의 허를 찌른 투구였다.
손쉽게 2아웃을 만든 오승환은 5번 솔레어는 간단히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4~95마일의 강력한 포심패스트볼 3개로 2B1S를 만든 뒤 85마일(약 137㎞)짜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이어 2B2S에서 5구째에 다시 93마일짜리 포심패스트볼을 꽂아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솔레어는 높은 코스로 들어온 강속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로써 오승환은 지난 3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1.14로 더 낮아졌다. 7회초를 완벽하게 막아낸 오승환의 호투에 고무된 덕분인지 세인트루이스타선은 7회말에 맷 애덤스의 2점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임무를 100% 완수한 오승환은 8회초 케빈 시그리스트로 교체됐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결국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오승환의 철벽 계투가 승리의 확실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이날 완벽투로 오승환의 팀내 입지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팀내에서 평균자책점(1.14)과 WHIP(0.72) 1위다. 또 팀내 투수 중 유일하게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 팀의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평균자책점 2.44)을 압도하는 기록을 세우며 '퍼펙트맨'으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다져가고 있는 오승환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