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붕괴됐던 한화 선발, 안정화 기미 보이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5-24 11:11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대몰락의 직접 요인이었던 선발 붕괴현상이 수습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퀵후크'가 줄어들고, 선발진이 조금씩 긴 이닝을 버텨가는 조짐이 보인다.

한화는 지난 주 꽤 의미있는 6경기를 치렀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포항 원정 3연전에 이어 kt위즈를 상대로 홈 3연전을 치렀다. 비록 2승1무3패로 주간 승률 5할에 못미쳤지만, 6경기에서 무려 4명의 선발이 5이닝 이상을 버텨줬기 때문. 한화 선발진이 한 주일에 5이닝 이상을 4번이나 버텨준 것은 시즌 처음이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 삼성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친 한화 로저스가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포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19/
17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이태양이 5이닝 5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이태양은 3-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4대5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이태양이 올 시즌 개인 최다이닝(5이닝) 및 최다 투구수(84구)를 기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이어 19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팀의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7이닝 동안 12안타를 내주면서도 실점을 5점만으로 막아내는 노련미를 보여주며 팀의 9대6 승리를 이끌었다. 로저스의 시즌 첫 승이었다. 이어 20일 대전 kt전에서는 송은범이 6⅔이닝 4안타 2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팀 이적후 최고의 피칭을 하며 11대2의 대승에 앞장섰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0/
뒤질세라 윤규진도 21일 대전 kt전에서 5이닝(투구수 94개)을 4안타 4볼넷 6삼진 3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윤규진은 5회까지는 무실점이었다. 그러나 4-0으로 앞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가 안타 2개와 볼넷으로 1실점한 뒤 무사 1, 2루에서 박정진으로 교체됐다. 이번에도 불펜이 난타당했다. 박정진과 송창식이 연거푸 적시타를 얻어맞는 바람에 윤규진의 자책점이 3점으로 늘어났고 팀은 역전을 허용했다. 간신히 뒷심을 발휘한 덕분에 8-8무승부로 마쳤지만, 17일 삼성전과 마찬가지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래도 일단 이태양과 로저스, 송은범, 윤규진 등 4명의 선발진이 적어도 5회까지 버텨줬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최소 5회를 버텨준다면 경기 중반 이후 한결 여유있는 불펜 운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계산이 되는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불펜의 과부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박정진과 송창식, 권 혁, 정우람 등이 더 좋은 구위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 kt 하준호의 2루수 땅볼 때 한화 정근우가 1루주자 김종민을 태그하고 1루로 공을 던져 타자도 아웃시킨 후 윤규진과 글러브를 맞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하지만 심판 합의판정으로 타자주자는 세이프로 번복됐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1/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선발진의 안정화 현상이 일시적인 '기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계산상 로테이션이 이제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비록 외국인 선발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구위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지만, 토종 선발진에 힘이 붙으면서 로테이션이 그런대로 돌아가게 됐다. 로저스를 필두로 송은범과 장민재 윤규진 이태양이 차례로 선발 등판을 준비중이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2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이태양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2/
더불어 마에스트리가 다시 1군에 돌아온다면 한층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태양이나 윤규진이 온전한 5일 휴식으로 주1회 등판을 할 수 있다. 이태양은 17일 등판 후 로테이션 일정에 따라 4일 휴식 후 22일 kt전에도 등판했는데, 아직 4일 휴식은 무리라는 게 입증됐다. 이날 1이닝 만에 6안타(3홈런) 6실점으로 무너졌다. 아무래도 100%로 몸을 만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에스트리가 가세하면 이태양이나 윤규진 등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5일 휴식 후 완전한 상태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장민재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스윙맨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즌 초반에 비해 한화 선발진에 힘이 붙은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적어도 계산은 되는 상태다. 과연 이 변화가 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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