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경기에서 28타수 2안타, 타율 7푼1리. 게다가 9번째 경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 도합 30타수 2안타 타율 6푼7리의 타자. 정면승부 해야 할까? 그냥 걸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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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발 박종훈을 상대로 앞선 세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하던 김태균은 3-1로 앞선 7회초 2사 2루 때 네 번째 타석에 나왔다. 마운드에는 우완 김승회가 서 있었다. 포수는 선발로 1회부터 안방을 지킨 김민식. 7회 2점차라면 아직 승패를 논하긴 이르다. SK에도 충분히 역전 기회가 있는 점수차다.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하는 타이밍이다. 만약 점수를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실점을 차선으로 택해야 한다.
그런데 SK 배터리는 오히려 주자를 쉽게 늘려줬다.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김태균을 고의4구로 그냥 걸어나가게 만들었다. 2사 2루가 2사 1, 2루로 변했다. 한화의 득점 확률을 높여줬을 뿐만 아니라 대량 실점의 불씨를 살려준 셈이다.
그러나 이 선택의 방향이 송광민에게 향했다는 게 문제다. 최근 페이스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김태균과 승부를 냈어야 한다. 송광민은 비록 이날 전까지 1군에 7경기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타율 3할3푼3리(24타수 8안타)에 1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도 앞선 세 타석에서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선구안을 보여줬다. 3회에는 박종훈과 9구까지 승부해 볼넷을 이끌어냈다. 과거의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끈질긴 승부욕과 선구안만큼은 살아있었다.
결국 송광민은 김승회와도 8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을 얻어나갔다. 정타를 날리진 못했지만, 김승회의 수차례 유인구를 끈질기게 참아냈다. 주자를 한 베이스씩 보내면서 자신도 살아나갔다. 안타 효과를 만들어낸 것. 그리고 기회를 로사리오에게까지 이어줬다. 로사리오는 이렇게 얻은 기회를 자신의 KBO리그 첫 만루홈런으로 화답했다. SK 배터리의 석연치 않은 선택, 그리고 송광민의 숨은 팀 공헌이 만든 장면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