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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14경기 만에 10승을 선점했다. 13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19일 수원 kt 위즈전까지 파죽의 6연승이다. 이 기간 야수들은 평균 6점을 뽑았다. 투수들은 매 경기 2.2점만 허용했다.
시즌 전만해도 두산의 '우승병'을 걱정하는 야구인이 많았다. 1982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곧바로 5위, 1995년 두 번째 우승 뒤 꼴찌, 2001년 패권을 차지한 뒤 5위로 이듬해만 되면 순위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김승영 두산 사장도 올 시무식에서 "두산은 우승 다음해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팀 최초의 2연패를 위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번 10승 선점은 그런 면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더 이상 우승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10년대 들어 10승을 선점한 팀 가운데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은 2013년 KIA 타이거즈 뿐이다. 지난해 삼성의 경우 15경기에서 10승5패를 거둔 뒤 그대로 정규시즌을 제패했다. 나머지 모든 구단도 10승을 선점한 뒤 4위 안에는 반드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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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미야자키 캠프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단기전이 아닌, 페넌트레이스에서 감독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144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감독은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전력을 세팅해야 한다. 누가 어느 자리에 들어갔을 때 가장 강할 것인지, 그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막 직전까지 이 세팅이 쉽지 않았다. 중심을 잡아야 할 외국인 선수 가운데 2명(보우덴, 에반스)이나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또 불펜진 가운데 확신을 주는 선수는 이현승뿐이었다. 김현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도 해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참고 기다렸다. 무리해서 선수들을 압박하지 않았다. 일례로 시범경기 동안 페이스가 좋지 않은 양의지를 지명 타자로 내보내며 체력 안배를 해줬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정재훈은 아예 등판시키지 않았다. 결국 주전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개막과 함께 살아났다. 공수에서 특별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상대팀 전력 약화 '행운'까지
이 과정에서 운도 따랐다. 만나는 팀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닌 것이다. 12일부터 사흘 연속 완승을 거둔 한화는 에이스 로저스를 필두로 부상 선수가 수두룩하다. 수장의 일방적인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며 팀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15, 17일 잠실에서 격돌한 삼성도 마찬가지다. 캡틴 박한이가 왼 무릎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대구 개막전 선발 차우찬은 가래톳 부상, 필승조 심창민은 어깨 통증이다. 19일 맞붙은 kt 역시 오른손 거포 김상현과 2명의 외국인 투수가 부상을 당해 제대로 싸울 전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두산만 100% 전력이란 얘기는 아니다. 연승을 달리는 팀에도 조만간 1군에 합류해야 할 선수가 있다. 왼손 필승조 함덕주가 그렇다.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2군에 내려간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나서며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공을 던지면서 맞아도 보고, 삼진도 잡으라는 코칭스태프의 의도다. 또한 강속구 투수 김강률의 최근 피칭 내용이 들쭉날쭉하다. 안정감을 갖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이 때문에 김태형 감독은 오현택, 정재훈, 이현승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며 팀 리드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선 투구수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일단 나머지 선수들이 자기 공을 던질 때까지는 이 같은 마운드 운용이 계속될 전망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